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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일본은 '가장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두 나라의 역사적 악연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잊을만하면 하면 등장하는 영토 분쟁과 역사 왜곡 등은 정치인들에 의해 악용되는 경향도 크다. 하지만 적어도 게임산업에서 두 나라의 관계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2년 전부터 꽉 막혀버린 중국 시장을 대신해 반드시 진출해야 하는 글로벌 3대 게임시장으로서 일본 시장의 중요성이 더 커진 상태다. 게다가 문화적 다양성이 화두가 되면서 애니메이션과 만화 등 이른바 서브컬쳐에 대한 관심이 증가, 이런 IP(지식재산권) 콘텐츠를 폭넓게 보유하고 있는 일본과의 협업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두드린다
한국과 일본 시장의 성향은 상당히 다르다. 한국 유저들은 MMORPG와 같은 하드코어 콘텐츠를 온라인에 이어 모바일에서도 즐겨 하고, 레벨업과 PvP와 같은 경쟁을 즐기지만 일본 유저들은 대부분 혼자서 즐기는 콘솔 플랫폼 영향이 그대로 반영된다. '가챠'(뽑기) 장르와 퍼즐, 스포츠 게임 등이 큰 인기를 모으고 솔로 혹은 협업 플레이를 즐기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 예전보다 상대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 역시 모바일게임 장르가 보편화된 덕분이다. 또 '외산게임의 무덤'이라 불리는 일본에서 성공하는 국산 모바일게임이 조금씩 나오고 있고, 물량 공세를 펼치는 중국산 게임도 매출 상위권을 다수 차지하고 있는 점도 자극이 됐다. 특히 모바일게임의 경우 오픈마켓을 통해 글로벌에 동시 다발적으로 출시되면서 외산 콘텐츠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사라진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넷마블이 지난 2017년 일본에 출시한 '리니지2 레볼루션'은 양대 마켓 최고 매출 1~2위를 찍을 정도로 초반 반향이 컸다. 현재도 30위권 내에 위치하고 있다. 베스파의 '킹스레이드', 게임빌의 '탈리온', 네오위즈의 '브라운더스트' 등의 성공에 이어 올해 2월 출시된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도 초반 매출 최상위권에 이어 여전히 10위권 내에 위치하며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어 출시 후 2년 가까이 국내에서 매출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은 일본 사전예약 2개월만에 100만명을 돌파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앞서 '리니지2 레볼루션'은 163만명의 사전예약자를 확보하고 출시 후에도 큰 인기를 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리니지' 시리즈의 2연속 성공을 노려볼 수 있다.
일본의 게임사 역시 직접 혹은 한국의 퍼블리셔를 통해 다양한 게임을 쏟아내고 있다. 넷마블은 '페이트/그랜드 오더'를 국내에서 성공시켰고, 일본 SNK의 '킹 오브 파이터즈' IP를 활용해 개발한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를 지난해 일본에 선출시한데 이어 5월 9일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또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인 '일곱개의 대죄' IP를 활용한 '일곱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를 개발해 상반기 중 한국과 일본에 동시 출시할 예정인데, 양국 사전예약자가 40여일만에 400만명을 돌파하며 동반 히트를 기대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출시한 '프린세스 커넥트! 리 다이브' 역시 일본 게임으로, 10위권 매출을 계속 유지하며 상반기 대표 히트작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더불어 넥슨이 국내에서 개발을 전담하면서도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을 했듯, 중국 자본이 인수했고 글로벌 히트 IP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일본 게임사 SNK가 다음달 국내 코스닥 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는 점도 두 나라 게임산업의 밀접해진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협업이 중요하다
IP를 활용해 직접 개발에 나서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와의 콜라보레이션(협업)을 통해 유저층을 확보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와 라인 주식회사는 라인 게임(LINE GAME)을 통해 서비스 예정인 '도라에몽' 모바일게임의 개발 및 운영에 대한 협력 관계를 최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일본 인기 캐릭터 '도라에몽' 모바일게임 개발은 카카오게임즈가 담당하고, 서비스는 라인 게임이 맡을 예정이다.
지난 3월 '사무라이 쇼다운M'을 국내에 출시한 조이시티는 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해 캐릭터 이미지를 전시하는 트릭아이 콜라보 전시를 다음달 개최한다. 넥슨은 불리언게임즈가 개발한 모바일 액션 RPG '다크어벤저 3'에 '사무라이 쇼다운 VI'의 인기 캐릭터 코스튬과 펫 등을 게임 내 적용하는 콜라보를 실시한다. 플레로게임즈는 서비스 6주년을 맞은 여성향 소셜 게임 '에브리타운 for Kakao'에 일본 유명 IP '헬로키티'를 활용한 생산시설과 신규 시스템, 카드 등을 등장시킨다.
하지만 이처럼 두 나라에 출시되거나 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게임 대부분은 대규모 마케팅과 현지화 비용, IP 사용료 등을 감당할 수 있는 대형 게임사들의 작품이다. 중소형 게임들에게 일본 시장이나 유명 IP는 여전히 '그림의 떡'일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돕기 위한 전문 회사들도 만들어지고 있다. 국내에서 게임 QA(테스트와 검수), GM(운영), CS(소비자 서비스) 등 전반적인 게임 서비스를 대행하는 전문회사인 오르고소프트는 일본 디지털하츠홀딩스의 자회사로 최근 편입된 이후 관계사인 디지털하츠와 제휴해 국내 게임사들의 일본 진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오르고소프트 장목환 대표는 "일본게임 시장은 한국에 비해 3배 가깝게 큰 시장임에도 불구, 문화와 환경 차이로 직접 진출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두 회사의 제휴를 통해 번역부터 현지화, QA, CS 등의 종합 서비스를 적극 제공하겠다. 본격 서비스에 들어가기도 전에 몇몇 회사들과 계약을 맺을 정도로 업계에선 일본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워낙 크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일본 시장의 경우 다른 국가들에 비해 ARPU(가입자당 평균 수익)가 상당히 높은 대신 보수적인 일본 유저들의 성향을 감안해 더욱 철저한 현지화가 필수적이다. 대형 게임사와 달리 자체 인력이나 현지 퍼블리셔를 활용하기 힘든 중소 게임사들의 일본 진출을 위해 정부나 대형 게임사, 전문회사들이 적극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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