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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냉장고를부탁해' 이연복 셰프가 후각 없이 달려온 자신의 지난 요리 인생 47년을 돌아봤다.
중국집을 운영했던 외할아버지 덕분인지, 이연복의 요리 재능은 눈에 띄게 탁월했다. 그는 취직 3년만에 주방에 진입했고, 이후 명동 사보이 호텔의 중식당을 거쳐 불과 21세의 나이로 주한대만대사관 셰프가 됐다.
"나이가 어리니까 요리 경험이 별로 없어서 고전했죠. 대사가 외교관들 초대해서 파티를 하면, 대사는 1명이고 사람들은 계속 바뀌니까, 최대한 다양한 메뉴를 준비해야되거든요. 지금은 유튜브도 있고 요리책도 많지만 그땐 그런 게 없었으니까."
"요리 말고 옆길로 새자니 배운게 없어요. 중식 하나만 보고 한길로 왔는데, 다른 거 하려면 아무것도 몰라. 내 길은 이거밖에 없다. 미각을 더 예민하게 단련했죠. 아침을 굶고 요리하고, 담배 끊고, 과음 안하고…내가 다뤄본 식재료는 그 맛을 기억하니까 괜찮은데, 새로운 식재료가 난감하죠. '냉부해'에서도 트러플(송로버섯) 같은 거, 허브향 같은 식재료는 잘 모르니까 고전할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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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점에서 안주를 하는데, 거기서도 고생이 많았죠. 가게도 여러번 옮기고…그래도 전 다양한 요리를 할줄 아니까, 냉채 탕수육 꼬리찜 조개찜…제가 가는 곳마다 손님이 확 느니까, 막판에는 월 35만엔짜리 가게를 2개 뛰었어요. 한국에 집을 사고, 처음 내 식당을 차렸죠."
이연복은 임대인의 횡포에 몇차례 식당을 옮기는 고난을 겪었지만, 현재는 연희동에서 6년째 중식당 '목란'을 성황리에 운영중이다.
이연복은 이 같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싸부의 요리'를 낸 바 있다. 아직 요리책은 없다. 이연복은 "요리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요리책이라니 좀 건방지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방송에서 다른 사람이 따라하기 좋고, 기억하기 쉬운 요리를 여러번 보여드렸으니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당초 이연복의 인생 말년 프로젝트는 60세에 식당을 그만두고 쉬는 것. 어느덧 59세가 됐지만, 자의반 타의반 현장을 떠날 생각은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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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복이 꿈꾸는 자신의 말년은 반려동물 보호소 운영자다. 애지중지 키우던 개가 세상을 떠난 상처가 너무 커 따로 반려동물은 두지 않지만, 버려지거나 안락사당하는 반려동물들을 볼때마다 가슴이 아프다는 것.
"사실 반려동물 보호소는 제가 아니라 아내의 꿈인데, 저도 동물을 참 좋아해요. 언제가 됐든, 식당을 그만두게 되면 아내와 함께 영구 보호소를 운영해볼까 해요. 길고양이들도 아무때나 와서 쉬어갈 수 있고, 아침 저녁으로 강아지와 산책하는, 그런 말년도 좋지 않나요?"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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