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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촬영장X사람들 무서워"…유다인의 슬럼프, 그리고 되찾은 자신감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9-11-28 12:52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2년여 전 촬영장도, 사람들도 무서워지면서 슬럼프를 겪었는데 지금은 많이 극복했어요."

블랙코미디 영화 '속물들'(신아가·이상철 감독, 영화사 고래 제작)에서 미술계 상식을 흩트려 놓는 차용 미술 작가이자 모태 속물 선우정을 연기한 배우 유다인(35). 그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속물들'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지난해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을 받은 뒤 '미술계의 민낯을 드러낸 탁월한 풍자극'이라는 호평을 얻으며 화제를 모은 '속물들'은 금수저와 흙수저로 대변되는 계층의 문제를 다루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부조리한 예술계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속물 같은 인물들의 이중성을 유쾌하게 풀어내 보는 이들에게 공감을 자아낸다. 인간의 속물근성을 예리하게 풍자, 통쾌함을 전할 '속물들'은 12월 극장가에서 어떤 파란을 일으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속물들'은 욕망과 속내를 숨긴 모태 속물 선우정 역틀 맡은 유다인의 파격 변신으로 눈길을 끈다. '올레'(16, 채두병 감독)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컴백한 유다인은 남의 작품을 베끼는 콘셉트로 활동 중인 미술작가로, 표절을 당당히 차용이라 우기며 미술계에 버티고 있는 모태 속물을 연기했다. 뻔뻔하면서도 당당한 속물적인 인물의 군상을 완벽히 소화, 호평을 받는 중. 2005년 SBS 드라마 '건빵선생과 별사탕'을 통해 데뷔, 올해 14년 차를 맞은 유다인은 그동안 가진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를 탈피, 욕망을 드러낸 캐릭터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속물들'로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만든 유다인은 "파격 변신을 시도했지만 특별히 걱정되는 부분은 없었다. 어떻게 보면 내 성향과 약간 반대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내가 할 수 있을법한 캐릭터였다. 데뷔 초 '혜화, 동'(11, 민용근 감독)이라는 영화 이후에 굉장히 오랜만에 가슴이 뛰고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였다.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전혀 어렵다고 느껴지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그는 "캐릭터가 디테일하게 시나리오에 나와 있었다. 게다가 캐릭터의 삶이 녹록하지 않았다. 충분히 배우가 녹여낼 수 있는 감정이어서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감독들이 촬영할 때는 이야기를 안 하다가 지난해 부산영화제 GV(관객과의 대화)에서 '선우정 캐릭터가 유다인과 딱 맞을 것 같아 제안했다'고 하더라.' 나한테 이런 모습을 발견했구나!' 의아하기도 했다"며 "그동안 겁이 좀 많은 편이라 나와 다른 캐릭터가 오면 덜컥 겁을 냈다. '속물들'도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싶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캐릭터 자체를 본 게 아니라 일단 나부터 출발했던 것 같다. 악역 제안이 들어와도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번에 이 작품을 통해 캐릭터를 해보니까 자신감이 붙었다"고 덧붙였다.


선우정 캐릭터에 공감을 했다는 유다인은 "선우정에게 공감을 했던 부분이 사실 '속물들'을 촬영하기 전 1~2년 정도 갑자기 촬영장이 무서워지고 촬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무서워지는 시기가 있었다. 원래 촬영장을 너무 좋아하고 사랑했는데 갑자기 예상하지 못할 때 그런 시기가 찾아왔다. 그런 시기 때문에 작품도 고사를 많이 했고 쉬게 됐다. 지금 그 시기가 지나고 나니까 좀 더 선우정에게 마음이 갔다. 연기에 대해서도 좀 더 간절한 마음이 생겼다. 선우정의 간절함과 내 간절함이 겹쳐서 '속물들' 작품을 하는 데 도움이 됐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슬럼프였던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주변의 친한 사람들이나 안 친한 사람들도 '넌 잘될 줄 알았는데…'라는 말을 쉽게 하더라.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넘겼는데 그게 계속 반복이 되니까 '내가 안타깝구나' 생각을 하게 됐다.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고 겁도 나고 그런 지점이 쌓이다 보니까 슬럼프가 왔던 것 같다. 그때는 마음이 정말 안 좋았다. 그런데 지금은 괜찮고 많이 극복했다. 지금도 그런 평을 주변에서 들으면 우스갯소리로 '너나 잘해'라는 식으로 넘긴다. 물론 아직 완벽히 이겨낸 것은 아닌 것 같다. 지금도 진행 중인 것 같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니까 또 괜찮아졌다. 이렇게 이야기를 할 때도 1년 전 같으면 울컥하기도 했을 텐데 많이 괜찮아졌다. 나를 지키면서 건강하게 꾸준히 작품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속물들' 속 욕설 연기, 흡연 연기를 시도한 것 역시 어렵지 않았다는 유다인. 그는 "재미있었어요. 굉장히 신나게 연기를 했던 것 같다. 특히 욕설 연기는 차지게 잘하고 싶다. 재미있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지 한 번도 그런 지점이 힘들다고 생각은 안 했다. '속물들'을 통해 해소가 많이 됐던 것 같다. 워낙 날이 서 있는 캐릭터다. 만나는 사람마다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 날이 서 있는 캐릭터였다. 그 당시 나도 잘하고 싶은 캐릭터를 잘하고 싶어서 날이 좀 서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지점이 만나서 캐릭터를 좀 더 잘 소화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쉽지 않았지만 재미있었던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웃었다.


마지막으로 유다인은 "'속물들'을 통해 나도 자신감을 정말 많이 얻었다. '이런 캐릭터도 잘 어울리는구나!' 스스로 처음 알았다. 내가 살면서 가장 큰 일탈이 '속물들' 같은 캐릭터를 한 것이었다. 이 작품을 하고 나니 앞으로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더라도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 다음 작품에서는 재미있는 악역을 연기해 보고 싶다. '장화, 홍련'(03, 김지운 감독)에 염정아 선배가 연기한 캐릭터를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다. 과거에 악역도 제안이 들어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자신이 없어서 도전을 못 했다. 스스로 '이걸 어떻게 해?'부터 출발을 해버렸다. 그때는 겁이 나서 거절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후회한다. '그때 해볼걸' '못 해도 좋으니까 내가 할 수 있을 만큼 해볼걸'이라는 생각을 한다. 배우로서 영역을 넓힐 기회였는데 그걸 놓쳐 아쉽다"고 후회했다.

그는 "올해 데뷔 14년 차인데 앞으로는 지금과 다른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고 실제로도 그럴 것 같다. 아직 배울 것도 많고 부족한 것도 많다고 느낀다. 이제는 주요 인물에서 벗어나서 선배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에 다양한 역할로 출연해 많이 배우고 싶은 생각이다. 좀 더 열어놓자는 마음이 요즘 많이 든다. 연기 열정도 그렇지만 생각도 많이 열렸다"고 변화된 자신을 털어놨다.

'속물들'은 동료작가의 작품을 베끼다시피 한 작품을 '차용 미술'이라는 말로 포장해서 팔아먹는 미술 작가를 중심으로 각자의 속마음을 숨긴, 뻔뻔하고 이기적인 네 남녀의 속물 같은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다. 유다인, 심희섭, 송재림, 옥자연, 그리고 유재명 등이 가세했고 신아가·이상철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12월 12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주피터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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