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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 "롤러코스터같은 인생"…'괴짜' 양준일이 '탑골GD'가 되기까지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9-12-26 10:52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이다. 1991년, 시대를 앞서간 독특한 퍼포먼스로 괴이한 '괴짜'로 낙인찍혔던 가수 양준일이 2019년 끝자락 '탑골 GD'로 등극, 뉴트로의 중심에 선 최고의 '힙스타'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1969년생 재미교포 출신의 양준일은 1991년 싱글 앨범 '리베카'로 데뷔해 '가나다라마바사' 'Dance with me 아가씨' 등의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독특한 퍼포먼스와 노래를 선보이며 90년대 초 가요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미국 팝 트랜드 중 하나였던 뉴 잭 스윙, 하우스 장르를 국내 가요계에 처음 선보인 양준일이었지만 보수적이었던 국내 정서와 트랜드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다.

무엇보다 양준일은 활발한 활동을 펼쳐야 할 데뷔 초 재미교포 출신이라는 벽에 부?H혀 많은 제약을 받아야만 했다. 데뷔곡 '리베카'는 공연윤리위원회에 의해 난데없이 표절곡 판정을 받기도 했고 'Dance with Me 아가씨'는 영어 가사가 많다는 이유로 퇴폐적이다는 심의를 받기도 했다. 파격 그 자체였던 양준일은 그렇게 가요계 미운털로 자리 잡은 것. 2집 활동 이후엔 비자 문제까지 겹치면서 한국 활동이 불가능해진 양준일은 가수 활동을 중단, 미국으로 돌아가야만 했고 불행 중 다행으로 8년 뒤 혼성 그룹 V2에 합류해 컴백했지만 소속사의 부당 계약으로 오래 활동할 수 없었다.

가수의 꿈을 접어야만 했던 양준일은 은퇴 이후 국내에서 영어 강사로 활동했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평범한 일반인의 삶을 살게 됐다. 그렇게 꿈을 접은 채 30대, 40대를 보내고 만 50세에 접어든 양준일은 현재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한인 레스토랑 서빙 일을 하며 한국인 부인, 아들과 함께 지내고 있었고 최근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서 유행하는 '탑골가요'를 통해 '탑골GD'로 재조명받으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얻게 됐다.


뉴트로 열풍이 분 2019년 대한민국, 시대에 걸맞은 '힙스타'가 된 양준일은 JTBC 예능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이하 '슈가맨3')을 통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고 이후 많은 매체로부터 러브콜을 받으며 '양준일 광풍'의 서막을 열었다. 무엇보다 크리스마스 연휴였던 지난 25일에는 JTBC '뉴스룸'에 출연하면서 '시대의 아이콘'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뉴스룸'을 찾은 양준일은 '슈가맨3' 이후 달라진 삶에 대해 "방송 이후에도 미국에서 서빙 일을 이어가고 있는데 손님들이 나를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내가 가수이며 아티스트인지 몰랐다면서 서빙을 받는 것을 영광이라고 하더라. 그런 변화가 어색하기도 했다"며 "한국에서도 나를 알아보는 분이 많아졌다. 한번은 택시를 탔는데 기사 선생님이 ''슈가맨3'에 나온 양준일 씨 아니냐?'며 나를 알아보시더라. 내비게이션을 끄고 내가 나온 방송을 보여주셨다. 같이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드렸다"고 수줍게 고백했다.

'슈가맨3' 출연 이후에도 서빙 일을 해온 양준일은 한국 정착 계획에 대해 "한국에 정착하고 싶다. 지금 일하는 레스토랑 사장 누나가 내게 '네가 다시 안 돌아왔으면 좋겠다. 한국에 가서 너를 만나게 되길 바란다'라는 말을 해줬다. 지금은 급하게 들어와서 (미국 생활을) 아무 것도 정리 못 했다. 정리하러 한 번 가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양준일은 "내 인생이 롤러코스터 같았다. 삶을 살면서 머릿속에 쓰레기를 많이 버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의 과거가 나의 미래까지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꾸 버려야 했다. 내 자신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노력을 생활화해야 했다"며 "그래도 현실이니까 슬프지 않았다. 손석희 사장님이 최근 진행한 뉴스 브리핑을 봤는데 그걸 보면서 울었다. 손석희 사장님이 나를 봐준 느낌이라 그랬다. 살면서 투명인간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고 내가 왜 존재하는지 모를 때가 많았다. 그런데 대한민국 사람들이 나를 받아주는 데에서 따뜻함을 느꼈다. 더이상 나의 과거가 나를 괴롭히지 않더라"고 곱씹었다.



손석희 앵커는 양준일을 향해 영화 '서칭 포 슈가맨'(12, 말릭 벤젤룰 감독)을 언급했다. 손석희 앵커는 "영화 '슈가맨을 찾아서' 원형에 가장 가까운 분이 양준일 씨 같다. 영화 속 주인공인 로드리게스는 혁신적인 음악을 했는데 그때 밥 딜런이 있었다. 양준일 씨도 혁신적인 음악을 했는데 하필 그때 서태지와 아이들이 있지 않았나?"라며 양준일의 노래와 트랜드를 높이 샀다.

양준일은 역시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매일이 꿈 같다. 100년에 한 번 나올 법한 이야기 같다. '슈가맨을 찾아서' 사이클에 내가 집중이 되고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쇼킹하다. 내 삶은 하루하루 재방송 같은 느낌인데 한국 들어와서도 하루가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느낌이다. 꿈인가 싶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내가 받은 행복을 이제 나누고 싶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렇듯 '20세기를 살아온 21세기형 천재' 양준일은 28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못다 이룬 꿈을 펼치며 새로운 '시대의 아이콘'으로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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