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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애플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 제작진이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애플 티비 플러스 '파친코' 연출을 맡은 코고나다 감독, 각본을 맡은 수휴 프로듀서, 총괄 제작한 마이클 엘렌버그 프로듀서와 테레사 강 로우 프로듀서가 18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가족, 사랑, 승리, 운명, 그리고 극복까지 전 세계가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루는 '파친코'는 생존과 번영을 향한 불굴의 의지로 고국을 떠난 한국 이민자 가족의 희망과 꿈을 4대에 걸쳐서 풀어냈다. 1900년대 초 한국을 배경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모든 역경을 이겨내는 강인한 여성 '선자'의 시선을 통해 그려지며, 1980년대 '선자'의 손자 '솔로몬'의 이야기와 교차된다. 아카데미 수상에 빛나는 윤여정이 노년의 '선자' 역으로 열연했고, '한수' 역에 이민호, '솔로몬' 역에 진하, 10대 시절의 '선자' 역에 김민하가 출연했다.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수 휴 프로듀서는 '파친코'의 각본을 쓰고 총괄 제작을 맡았다. 원작자 작가와 대화에 대해서는 "창작 과정에 크게 참여하지 않았다. 거의 성경책처럼 참조한 부분은 많다"고 했다. 원작에서 영상으로 꼭 살려내고 싶었던 주제나 장면 대화 같은 것들에 대해서는 "모든 장면에 애정을 갖고 촬영했다. 모든 장면이 이루는 이 시리즈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또 이 작품 드라마화를 결심하는데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도 영향을 끼쳤다고. 수 휴 프로듀서는 "큰 영향이 있었다. 제작진 중에서도 한국계 미국인이 이렇게 많게 됐다. 작품에 큰 영향을 줬고,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작품을 통해 전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말을 전혀 못해 배우들과 소통하는데 힘든 점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공동 총광 프로듀서로 참여한 블루 마블 픽쳐스의 테레사 강 로우 프로듀서는 "코고가다 감독의 답변도 궁금하다. 한국어를 하기는 했는데 아이처럼 말해서 더 잘하고 싶었다. 통역사분들이 정말 많았다. 제작진과 배우 통역사분들까지 하나의 가족이 되는 것 같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한국어를 좀 하긴 하지만, 수 휴에게는 한국인 정서가 담겨 있다. 저희가 스토리를 전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했다. 저도 한국어를 잘 못해서 놀림을 받았다"고 했다.
코고나다 감독은 "고국에 대해, 선조들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이 시리즈를 만들면서 한국인이라 무엇인가?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다. 바로 '파친코'라는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이주민으로 정체성을 이해하는 과정을 잘 그렸다고 생각한다. 저도 감독으로 '충분히 한국인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마음 속 깊이 역사의 일부가 되고 싶었던 열망이 있었다. 소속감이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고국에서 온 많은 분과 협업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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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에 대해 여성 서사에 집중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대해 수 휴 프로듀서는 "제가 명확하게 말하고 싶은 것은 8화라는 것은 시즌1만 잇는 것이고, 이렇게 끝나는 것은 책의 내용이 아까워서 끝낼 수 없었다. 어떤 사람은 선자의 이야기라고 보고 어떤 사람은 솔로몬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 만의 시청 경험을 할 수 있다. 세대간의 대화다. 선자와 솔로몬의 성장 과정이 미러링되면서 흥미로운 대조를 이뤘다"고 답했다.
기존 남성 위주 시대극과 차별화한 점에 대해 테레사 강 로우 프로듀서는 "저희가 초반부터 '갓파더' 시리즈를 참조했다. 그건 남성의 시선에서 서사된 영화다. 이 시리즈는 그 영화와 다르게 여성 가장이 중심이 됐다. 선자라는 인물이 어릴 때부터 성장과정을 보게 되고, 그때 그때 내린 결정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보게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여성의 시선뿐만 아니라 여러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수 휴 프로듀서는 "물론 선자가 시리즈 중심에 있기는 하지만, '파친코' 인류 전체로 보시면 좋겠다. 7화에서는 한수의 이야기, 8화에서는 아버지를 빼앗기는 노아의 이야기도 나온다. 결론적으로는 선자의 이야기이도 하지만, 그것보다 큰 시각으로 볼 수 있다"고 전체적으로 인류 이야기라는 것을 강조했다.
각 세대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서는 "이 시리즈를 통해 깨닫게 되는 것은 세대가 갈수록 입장이 다른 것이다. 첫 번째 세대는 틀을 마련하기 위해서 살았고, 두 번째에는 잘 살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세 번째에서는 예술가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세대에 속해져 있는 지만 다르고 패턴 자체는 보편적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나의 부모님, 어머니, 할머니를 생각한다는 감상평을 남겨주셨다"고 말했다.
수 휴 프로듀서는 다큐멘터리 화면에서 시작해 배우들이 춤추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타이클 시퀀스 디자인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저는 항상 전부터 타이클 시퀀스를 좋아해서 신경썼다"는 수 휴 프로듀서는 "이 시리즈의 무거운 이야기가 많아서 타이클 시퀀스를 볼 때는 즐거운 선물처럼 느꼈으면 했다. 한 가지 단어를 느꼈으면 했는데 그것은 '활기찬'이다.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배우들의 가족사진들이 들어가 있다. 이틀에 걸쳐 촬영했는데, 가장 재밌는 촬영이었던 것 같다고 짚었다.
코고나다 감독은 일본과 관련있다는 의견에 "저는 백프로 일본인이 아니다. 아버지가 일본에서 성장해 일본에 영향을 많이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아버지도 저도 한국인이다"고 바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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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미디어 레즈의 마이클 엘렌버그도 덧붙였다. 마이클 엘렌버그는 "처음부터 수 휴 프로듀서의 야심 중 하나가 시리즈의 스케일을 글로벌 작품 못지않게 제작하자는 것이었다. 팬데믹 초기에 수 휴 처음에 말한 디자인이 있었는데 꼼꼼하게 디자인을 준비해주셔서 룩북이 있었다. 진실성이 담겨 감탄한 바 있다. 시청자들이 깊게 몰입할 수 있고, 자기 자신의 경험을 생각하면서 시리즈를 볼 수 있게 준비를 꼼꼼히 했다"고 거들었다.
수 휴 프로듀서는 "덧붙여서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에피소드 1편을 보시면 코고나다 감독님이 공간 프레임을 적절하게 해서 아름답게 연출됐다. 세트장 자채로는 의미가 없다. 나무 이런 곳에 돈을 쓰는데, 결국 프레임이 중요하다. 하숙집 같은 것도 카메라 기법을 잘 해주셔서 아름답게 담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파친코'는 두 감독이 나눠 촬영했다. 코고나다 감독은 하나의 파일럿 에피소드를 포함해 총 4편의 에피소드를 연출, 제작했으며, 저스틴 전 감독이 다른 4편의 에피소드를 연출, 제작했다. 두 감독에게 맡긴 이유에도 물음표가 남는다. 두 감독의 개성, 연출색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수 휴 프로듀서는 "두 감독 분이 각각 네 화를 맡았다. 미국에서도 길고 큰 프로젝트다"고 했고, 코고나다 감독은 "동시에 모든 에피소드를 촬영했다. 시간 순으로 촬영하지는 않았고 동시에 했다. 공동 감독이라는 말에 정말 기뻤다. 공간과 배경을 탄탄하게 마련해줘서, 선자가 왜 이주하게 됐는지 이야기가 깔린다. 저스틴 전 감독님은 지난 세 개 감독에서 이주, 정체성을 알게 하고자 한 것을 다룬 적이 있었기 때문에, 선자의 스토리를 이어갈 수 있었다. 수 휴 프로듀서가 저희 두 균형을 잘 잡아주셨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마이클 앨렌버그 프로듀서는 "처음부터 저희는 이 시리즈를 통해 정말 위대한 TV쇼,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왕좌의 게임'처럼 시간 순이 아니라, 이러한 거대한 서사는 동시에 촬영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렇게 큰 규모의 시리즈를 촬영하기 위해 많은 영화를 참고했다. 협작으로 이런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 수 휴 프로듀서가 균형을 잘 맞춰주신 공식은 새로웠다. 특별한 비주얼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었다"며 만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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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앨렌버그 프로듀서는 "저희가 시리즈가 필요한 규모에 대해 얘기할 때 창작적 자유를 허용할 뿐만 아니라 투자도 많이 해줘야 한다. 로컬 랭귀지 쇼처럼 영어로 제작하지 않은 쇼에 대해서 예산이 크게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애플은 저희 쇼에 대한 비전을 크게 봐주고 투자도 크게 해줘서 훌륭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했고, 테레사 강 로우는 "투자 창작 면에서 투자에 대한 지원을 많이 했다. 훌륭한 작품이 탄생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파친코'는 총 8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오는 25일 애플티비 플러스를 통해 3개 에피소드 공개를 시작으로, 4월 29까지 매주 금요일 한 편의 에피소드가 업로드된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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