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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거장도 도전하는 드라마다. 최근 영화 감독들의 드라마 도전이 연이어 이뤄져왔던 상황에서 이준익 감독의 드라마 '욘더' 연출은 또 달랐다.
2주에 걸쳐 전편이 공개된 '욘더'는 회당 20~30분 분량의 다소 짧은 분량으로, 6편으로 합칠 경우 일반적인 영화 분량에 해당하는 양. '욘더'는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영원한 행복이란, 진정한 행복일까'라는 생각할 거리를 전달했다.
이준익 감독은 온라인을 통해 만나 "맨 마지막 대사인 '아름다운 기억이 소중한 것은 그 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다는 대사가 극의 의미"라며 "'욘더'라는 무한성과 불멸을 인간은 수천년 전부터 꿈꿔왔고 현재도 그렇고, 또 미래도 그럴 것이다. 죽음이 갖는 유한성을 불멸의 무한성으로 디지털로 구현해내는 세상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고, 좀 있으면 맞이할 것이다. 원작도 그렇고,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그렇고, '불멸이 과연 행복한 것인가'라고 생각하게 됐다. 오히려 누군가의 소멸이 있어서 내가 존재했고, 그렇다면 누군가의 생성을 위해 내가 소멸하는 것이 올바른 세상이 아닌가. 인간의 이기심이 결국엔 불멸을 꿈꿨고 결국엔 그 이기심 때문에 인간이 더 불행해지고, 불행을 끝내는 유일한 방법은 유한성에 기인한다는 어법이 이 작품으로 펼쳐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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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의미를 담았던 '욘더'를 위해 이준익 감독은 캐스팅에도 공을 들였다. 신하균은 '욘더'의 존재 그 자체였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단 한 신도 재현이 나오지 않는 신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였다. 이 생경한 공간에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게 하려면 한 사람의 관점으로 가야 했다. 신하균이 나오지 않은 신은 없다. 때로는 관찰자로, 때로는 주체로 나오는 역할의 변화는 있으나 공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특히나 신하균은 '장르파괴자'였다. SF 장르물이자 철학적인 주제를 담았던 '욘더'를 단숨에 휴먼 멜로로 만들어냈다. 이 감독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재현과 이후의 바다 캠핑장에서의 장면이다. 그 장면을 찍는데 '이야 신하균이 멜로가 되네'했다. 멜로라는 것이 '나 너 사랑해!'는 아닌 것 같다. 내가 당신을 여기는 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멜로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두 사람이 해냈다"며 "이 두 사람은 현장에서 부부 역할이지만 오누이 같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진짜 애정이 있고, 극 안으로 들어가면 독립적 존재로서도 빛난다. 누구에게 종속되지 않고 사랑을 구원하지 않고, 오누이처럼 그냥 마음을 드러낼 뿐인 것인데, 이게 내가 연출한 것이 아닌데도 자기들이 그렇게 했다. 너무 좋지 않나"라며 당시를 회상해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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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더'는 파라마운트+를 통해 전세계에도 공개가 될 예정. 국내에서는 철학적 주제에 대한 이해가 쉬웠지만, 이를 외국어로 가져갈 경우 해외의 시청자들의 이해시키기 쉽지 않을 일. 이준익 감독의 어깨도 역시 무겁다. 이 감독은 "내년 상반기에 예정이 돼있다는데, 살짝 걱정도 컸다. 우리나라 관객에게 응원받지 못한 작품이 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것을 걱정했는데 아직도 걱정이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기자 분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선의로 말씀을 해주셔서 적어도 나는 전세계에 공개됐을 때 '망신만 당하지 말자'가 제 소감이다. SF라는 근미래 설정은 서양에서 만든 세계관인데 그것을 따라하면 조롱을 당할 것 같고, 그렇다고 그들의 근거성을 배제하면 황당할 것 같아서 애매한 경계성이 있다. 때문에 우리만 아니라 외국의 관객들도 무리 없이 수용할 수 있을지를 조심해서 만들었다. 다양한 디바이스를 만들었는데 국내에서 크게 욕먹지 않았으니, 해외에서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그 이상은 과욕이다.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