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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이 지상파 규제 문제를 정면에서 지적했다.
19일 방송된 '개콘' 1052회 '봉숭아학당'에는 개그맨 신윤승이 출연했다. 그는 "공영방송 이러면 안돼. 세상이 변했는데 공영방송 TV 누가 봐. 하지 말라는 게 너무 많잖아. 공중파보다 인터넷 방송이 훨씬 재미있지. 이건 제약이 없잖아"라고 운을 뗐다.
'개콘'은 공백기를 갖기 전부터 케이블 및 인터넷 방송에 비해 제약이 강해 트렌드에 맞춘 웃음을 주기 어렵다는 핸디캡이 있었다. 지상파, 그것도 공영방송인 KBS에서는 상표명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당연하고 비속어 등을 사용할 수도 없고, 개그 소재를 고르는데 있어서도 제약이 컸다. 아무리 재미있는 개그를 짜도 '공영방송의 품위'에 맞춰야 한다는 알 수 없는 기준까지 있었다. 여러가지 제약에 몸이 묶이며 '개콘'은 항상 비슷한 개그 포맷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3년 4개월간 재정비를 하게 됐다. 그리고 공개 코미디에 대한 개그맨들의 순수한 열정을 바탕으로 다시 부활했지만, 아직 지상파 제약의 벽은 깨지지 않은 상태다. 신윤승의 개그는 바로 이런 점을 지적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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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은 신인들과 유튜버들을 대거 기용해 신선함을 주려 했지만, 첫 방송부터 기존의 '개콘'이 지적받았던 외국인 차별과 외모 비하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그러나 '개콘'은 기조를 꺾지 않았다. 19일 방송에서도 '외모'를 웃음코드로 삼은 것. '금쪽유치원' 코너에서 홍현호는 같은 반 이수경을 "영화 '아저씨' 속 소미(김새론)가 아닌 아저씨", "동화 '신데렐라' 속 신데렐라가 아닌 호박마차"라고 놀렸다. '조선시대 하이픽션' 코너에서는 외모 때문에 남편을 부끄러워하는 아내의 모습이 그려졌다.
'소통왕 말자 할매'에서 김영희는 "어차피 사람은 태어나면 늙는다. 늙은 내 모습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며 외모지상주의에 일침을 가하고 자존감을 높여주는 발언을 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내 "나로 위안 삼으라"며 자신을 비하했다. 게스트 안혜경이 결혼 후 살이 쪄서 고민이라고 하자 자신과 안혜경이 같은 옷을 입은 사진을 비교하며 "살이 어디있냐. 내가 입은 게 살"이라고 자학 개그를 펼친 것.
문제가 됐던 비하 개그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개콘'을 보며 시청자들은 '규제 문제만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새롭게 단장한 '개콘'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