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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7년 기다려..송중기여야만 했다"…'로기완' 김희진 감독의 뚝심(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4-03-05 12:31


[SC인터뷰] "7년 기다려..송중기여야만 했다"…'로기완' 김희진 감독…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김희진(38) 감독이 우여곡절 끝에 첫 연출작을 선보였다.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용필름 제작)을 연출한 김희진 감독. 그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로기완'의 연출 계기부터 송중기와 최성은을 캐스팅한 과정을 밝혔다.

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영화화한 '로기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와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삶의 끝에 선 이방인의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위로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지난 1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됐다.

무엇보다 '로기완'은 단편 '수학여행'으로 전주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연이은 작품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은 김희진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다수의 단편 영화 작업을 통해 소외된 이들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담아낸 연출로 높은 평가를 받은 김희진 감독은 자신의 장기를 살려 '로기완'을 도전, 캐릭터의 깊이와 그들의 관계를 촘촘하게 담아내면서 그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연출로 눈길을 끌었다.


[SC인터뷰] "7년 기다려..송중기여야만 했다"…'로기완' 김희진 감독…
이날 김희진 감독은 "'로기완'의 시작은 임승용 용필름 대표와 신뢰 관계로 됐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로기완' 시나리오 작가로 들어갔는데 내 성향을 아는 임 대표가 이 원작과 각색 방향을 제시하면서 연출 제의를 했다. 멜로 색채를 가미해서 데뷔 작품을 준비해보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제안을 듣고 내가 생각했던 연출 방향과 맞겠다 싶어서 연출 데뷔를 결정하게 됐다"며 "작가로서 시작했을 때와 감독으로서 '로기완'을 잡았을 때 조금 다른 방향성이 있다. 물론 7년 전에도 멜로가 있었지만 지금과 달랐다. 너무 오래된 작품이라 자세하게 생각은 안 나지만 최종본 전에는 마리가 좀 더 지하세계 인물에 있었다. 구제가 어려운 캐릭터로 그려졌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첫 장편 영화를 연출한 것에 "긴 호흡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단편 영화와 정말 다르다. 단편 작업과 비교가 안 되게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첫 작품을 하면서 가장 어렵기도 했고 가장 좋았다고 느낀 부분은 단편은 배우들과 일주일 안에 촬영이 끝난다. 장편에서는 배우들과 이 캐릭터를 잡아가고 톤이 유지될 수 있도록 균형을 잡는 게 길었는데 그 지점이 가장 다르면서 신선했다"고 덧붙였다.


[SC인터뷰] "7년 기다려..송중기여야만 했다"…'로기완' 김희진 감독…
송중기를 캐스팅한 과정도 녹록하지 않았다는 김희진 감독은 "7년 전 송중기에게 처음 캐스팅을 제안했는데 그때는 고사 답변을 받았다. 물론 송중기에게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로기완의 서사 전개가 납득되지 않았던 것 같다. 로기완이 자신 때문에 엄마가 죽었고 그 죄책감을 크게 받아들였는데 다른 땅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그 땅에서 사랑까지 한다는 전개에 대해 어려워했다. 세월이 흘러서 시나리오가 조금 바뀌기도 했고 송중기 스스로 생각의 변화가 있기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 우리 작품에 합류하게 됐다"고 답했다.

그는 "사실 7년 전 송중기가 고사해서 아쉬웠고 송중기가 고사했을 때 이 프로젝트도 잠시 중단됐다. 그 사이에 나는 다른 작품을 준비하며 연출 데뷔를 하려고 했다. '로기완'은 잠깐 묻어놨다가 넷플릭스에서 예전 시나리오를 봤다며 다시 해보지 않겠냐 해서 제작이 들어갔다. 아마 송중기가 아니었으면 '로기완'은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로기완'은 송중기였기 때문에 오히려 더 좋았던 것 같다. 다시 만난 송중기는 좋은 컨디션이 있었던 것 같다. 7년 전과 달리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결혼 및 출산을 통해)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던 것 같다. 확실히 7년 전보다 여유 공간이 있어보이는 느낌이었다. 예를 들어 로기완이 연길에서 피 닦는 장면을 찍을 때도 감정을 올리기까지 많은 준비가 필요한데 송중기는 이미 준비가 끝나 있었다. 감정이 올라온 상태였고 곧바로 촬영에 임했다. 그런 과정이 여러 번이었다. 그게 다 송중기 개인이 가진 여유에서 나온 게 아닌가 싶다"고 곱씹었다.

처절한 삶을 살아온 로기완 캐릭터 또한 송중기가 적역이었다는 김희진 감독은 "송중기가 관객의 마음을 빼앗아 줘야 우리 영화가 출발이 될 것 같았다. 로기완이 어머니 죽음에 슬퍼하고 땅을 떠나야 하는 주인공인데 보기 그 사연만으로 시청자가 '괴롭다' '불쾌하다' 느낀다면 영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로기완의 사연부터 관객의 마음을 빼앗아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컸고 그걸 송중기가 만들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대중을 움직이는 배우의 힘을 느꼈다. 대단한 걸 요구하지 않아도 배우가 가지고 있는 말과 표정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송중기 덕분에 관객의 마음을 많이 가져온 것 같다"고 자신했다.


[SC인터뷰] "7년 기다려..송중기여야만 했다"…'로기완' 김희진 감독…
반대로 영화가 공개된 이후 불거진 호불호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답했다. 김희진 감독은 "영화가 공개된 이후 시청자의 호불호를 들었다. 시청자가 분절된 영화로 느낀다는 반응을 들었고 그래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 아무래도 로기완의 선택을 담으려다 보니 그 과정에서 필요한 설정이었고 노력했지만 이질감을 느끼는 시청자도 있다고 생각했다. 기완이 이렇게 어렵게 자리잡았음에도 땅을 떠나야만 하는 과정을 납득시키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그게 멜로였고 시청자가 무리가 있다고 받아들인 것 같다"고 곱씹었다.

그는 영화 속 파격 베드신 역시 "예전 버전의 시나리오에서 베드신 수위가 더 높았다. 하지만 우리 영화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베드신이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포커스가 너무 베드신으로 가면 영화 자체가 손해일 것 같았다. 수위를 조절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다. 지금의 수위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로기완'은 지난 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됐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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