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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각종 숏폼 플랫폼에 어울리는 멜로디컬 노래나 이지리스닝 곡이 대세인 현재, 고퀄리티로 꽉 채운 비트의 '쇠맛'이 등장했다. 다소 단조롭고 심심했던 K팝신에 기강이 화끈하게 잡히는 분위기다. 에스파의 신곡 '슈퍼노바'가 '쇠맛 도파민'으로 귓가를 자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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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요즘의 K팝 음악이 획일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콘셉트며 분위기가 다 비슷비슷하다며 아쉽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도가 계속돼야 하는데, 그룹들이 유사해지면서 '요즘 K팝이 재미없다'는 불만이다. 오히려 각 그룹의 개성과 정체성을 물씬 드러내던 예전이 지금의 글로벌 K팝을 만드는 데 한몫했다고 보고 있다.
물론 K팝 역시 이윤을 추구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성공 공식을 답습할 수 있다. 가요계에서 처음 잡았던 콘셉트가 반응을 얻지 못하면, 단번에 다시 뒤집는 일도 사실 다반사다.
그런 맥락에서 에스파는 뚝심 있게 정체성을 지켰다. 비슷한 연차의 다른 걸그룹들과 확연히 다른 노선이다. 데뷔곡 '블랙맘바'로 광야 세계관을 알린 에스파는 이후에도 '넥스트 레벨', '세비지', '걸스', '드라마' 등 다소 무게감 있는 사운드로, 이전에는 없던 '쇠맛' 장르를 만들어 냈다. 이러한 '쇠맛'은 '슈퍼노바'에서 더 진하고 깊이 있게 음미할 수 있다.
'슈퍼노바'의 묵직한 킥과 베이스는 '사건은 다가와 Ah Oh Ay/ 거세게 커져가 Ah Oh Ay/ 질문은 계속돼 Ah Oh Ay/ 우린 어디서 왔나 Ah Oh Ay'라는 가사를 점점 더 강조시킨다. 이 구간은 곡에서 총 4번 반복되는데, 파트마다 사운드가 다르다는 점도 흥미롭다.
현재 음악 시장에서는 숏폼의 영향력이 큰 까닭에, 대부분 훅을 강조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 훅 구간만 잘 따면 그럴싸한 숏폼을 만들 수 있어서다. 그러나 '슈퍼노바'는 곡 사운드의 '기승전결'이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들어야 듣는 재미가 더 있다. 4번에 걸쳐 반복되는 이 파트도 구간마다 사운드를 달리해, 곡의 전개를 더 고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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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가사들은 에스파의 탄생 기원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도 박수가 나온다. 데뷔 당시때 부터 에스파는 작곡가 유영진의 색이 뚜렷한 팀이었다. 그러나 유영진이 SM을 떠난 지금, 에스파는 유영진의 흔적은 지워내면서도 '쇠맛' 정체성은 단단하고 지켜냈다.
이 모든 것에는 멤버들의 실력이 받쳐주기 때문에 '쇠맛' 소화가 가능했다. 최근 라이브 논란이 불거졌을 때, 에스파는 오히려 '역후광'을 본 팀이다. 화려한 퍼포먼스 속에서도 안정감 있는 라이브를 늘 보여줬던 바다. 무엇보다 다른 이지리스닝 곡들과 다르게, 에스파 노래들은 비트와 박자 등이 부르기에는 더 어렵다. 에스파 타이틀곡이 이지리스닝 곡이 된다면, 멤버들의 실력이 너무 아깝다는 것이다. 에스파의 청량곡, 발라드곡, 멜로디컬곡이 듣고 싶으면 다른 수록곡들을 들으면 된다(에스파는 '수록곡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경쟁사 엔터기업의 내홍 속 에스파가 여러 번 거론됐다. 이는 다른 엔터기업들 역시 에스파의 행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금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에스파 팬들은 오히려 '에스파 밟으실 수수수수퍼노바'라는 밈으로 짜릿하고 영리하게 유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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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