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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두껍고 내용도 많고 어려운 책들을 읽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하다. 눈만 뜨면 싸우는 부모 탓에 늘 책을 읽으며 현실에서 도피했던, 번역가이자 도서관 사서 무카이 가즈미 씨 같은 '책 덕후'도 그랬다.
'이 책은 나랑 궁합이 맞지 않는군.'
그렇게 포기하는 고전들이 늘어간다면, 독서회를 찾는 게 도움이 된다고 무카이 가즈미 씨는 말한다. 신간 에세이 '다정한 나의 30년 친구, 독서회'(정은문고)를 통해서다.
저자는 30여년간 '독서회'에 참여하며 180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 과정이 쉬운 건 아니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하는 데 2년 반이 걸렸고, 마르탱 뒤 가르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티보 가의 사람들'을 잃는 데는 1년 반이 소요됐다.
책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꾸준히 참석하면 완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는 것이 독서회의 최대 장점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몇 번이고 말하고 싶다. 독서회의 장점은 무엇보다 스스로는 손대지 않을 책이나 도중에 포기할 법한 책이라도 함께 읽으면 어느새 끝까지 잃게 된다는 점이다."
또한 타인들로부터 생각하지 못한 관점을 얻을 수 있고 '삶', '운명'과 같은 일상적이지 않은 주제에 관해 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여기에 운이 좋다면, 독서회를 통해 운명의 상대를 만날 수도 있다. 책에 대해 깊이 이야기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인간성이 드러나기에 독서회를 통해 연애나 결혼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저자는 번역가가 모인 독서회, 중고등학생 독서회, 비즈니스 독서회 등 여러 독서회를 찾아 다니며 각각의 특색을 설명하고, 독서가 가져다주는 삶의 아름다움, 충일감에 대해 예찬한다.
"그들은 잠시 그곳에 머물며 파리 거리를 활보하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며 꿈을 안고 좌절한다. 나는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후 천천히 책을 덮는다. 책 한 권을 다 읽을 때마다 인생을 10년 정도 더 산 기분이 든다. 나는 이미 수백 년을 살아온 셈이다."
한정림 옮김. 252쪽.
buff27@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