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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인큐베이터·88개 화면 속 '정령'…추수가 고민한 생명

기사입력 2025-07-31 10:55

홍철기 촬영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 우뭇가사리, 이끼, 피어싱, 15×13×18㎝. 협업: 독립정원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 Jusung Hyung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추수, '살의 여덟 정령 - 태', 2025, 영상, 컬러, 사운드. 13분 6초. 음악: 마르텐 보스, 3D 그래픽 팀: 로이드 마크바트·지언 쾨니히, 에디팅 어시스턴트: 김소희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추수, '살의 여덟 정령 - 간', 2025, 영상, 컬러, 사운드. 13분 6초. 음악: 마르텐 보스, 3D 그래픽 팀: 로이드 마크바트·지언 쾨니히, 에디팅 어시스턴트: 김소희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현대미술관, LG전자 협력 프로젝트 첫 전시 '아가몬 대백과…'

기술 더해진 독창적 조각·영상 설치…"미술의 무한한 가능성 제시"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화면 너머로 무언가 움직인다. 무질서하게 흩어진 듯하다가도 서로 부딪치고 맞물리면서 조화를 이룬다.

북동쪽과 남쪽에 각각 설치된 거대한 화면 속 '정령'이다.

우주 만물의 근본 원리를 나타낸다는 팔괘(八卦)에서 영감을 받은 이 디지털 생명체는 각 44대, 총 88대의 스크린을 넘나들며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추수(TZUSOO·33) 작가가 고민해 온 생명과 욕망, 끊임없는 순환 이야기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LG전자 후원으로 서울관에서 시작하는 'MMCA X LG OLED 시리즈'의 첫 전시로 '아가몬 대백과: 외부 유출본'을 선보인다고 31일 밝혔다.

서울관의 개방형 전시 공간인 '서울박스'를 활용해 예술과 기술, 공간을 잇는 전시다.

시리즈를 여는 첫 주인공인 추수 작가는 사이버 생태계와 현실의 교차점을 탐구하며 정체성, 젠더, 인권 등 현대적인 이슈를 다루는 작업을 하는 여성 작가다.

서울과 독일 베를린을 오가며 영상과 설치, 조각, 회화 등을 아우르는 작업을 해왔다.

다음 달 1일 개막하는 전시는 조각 설치 '아가몬'(Agarmon)과 영상 작품 '살의 여덟 정령'으로 구성된다.

해조류 유래 성분인 우뭇가사리에 인공적으로 심은 이끼가 돋보이는 '아가몬'은 엄마가 되고 싶은 욕망을 예술로 옮겨왔던 작가의 평소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예술가로서의 삶을 선택하며 임신과 출산을 유보한 작가는 예술 작품을 마치 자신의 아이처럼 창조하고 돌보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지름 4.5m의 '아가몬 인큐베이터'는 작은 생명체를 위한 공간이다.

물, 습도, 조명을 조절하면서 아가몬이 자라나는 생태 환경을 조성한 작품으로, 서울박스에 구현된 아가몬 생태계는 디지털과 물질, 생명과 소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55인치 LG OLED 스크린을 활용한 영상 설치 작품은 그 자체로 시선을 끈다.

마치 견고한 벽, 혹은 문처럼 보이는 초대형 화면은 여덟 정령 중 '태'와 '간'을 비춘다.

'태'는 몸 곳곳에 상처와 피어싱을 한 모습이며, '간'은 규범적 정상성, 퀴어, 여성성을 상징하는 형체로 표현했다. '간'의 일부는 불완전하거나 왜곡된 모습이다.

미술관 측은 "정령들은 화면을 넘나들며 상호작용하고 서사를 구성한다"며 "화면의 정교한 색채 표현력과 해상도가 몰입감 높은 시청각적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혜원 LG전자 상무는 "MMCA×LG OLED 시리즈를 통해 현대미술의 감각적 경험을 한층 더 깊이 있게 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기술과 예술이 교차하는 이 전시가 동시대 미술의 확장과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시는 내년 2월 1일까지.

yes@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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