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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 "슬프게 웃긴, 사람 사는 이야기"(종합)

기사입력 2025-08-19 13:59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박찬욱 감독이 19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어쩔수가없다' 제작보고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2025.8.19 mjkang@yna.co.kr
[CJ ENM·모호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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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병헌·손예진 부부 연기

이병헌 "시나리오 웃음 포인트 많아"…손예진 "강렬한 서사"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원작을 보고) 새로운 종류의 부조리한 유머를 넣을만한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내가 만든다면 더 슬프게 웃긴 유머가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병헌 주연의 영화 '어쩔수가없다'로 돌아온 박찬욱 감독은 19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영화의 연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박 감독은 "사람 사는 이야기는 어떤 슬픈 이야기라도 들여다보면 우스운 구석들이 있다"며 "다 내 안에 있는 모습들이어서 웃을 수도 있고 눈물을 흘릴 수도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했다.

'어쩔수가없다'는 해고된 직장인 만수(이병헌 분)가 재취업을 준비하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만의 전쟁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가 쓴 소설 '액스'(THE AX)를 뼈대로 만들어졌다.

박 감독은 "원래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해서 사춘기 시절부터 많이 읽어 왔는데, 이렇게까지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은 없었다"며 "몇 번을 곱씹어봐도 재미있었고 음미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만수 역을 맡은 이병헌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이 만든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웃음 포인트가 너무 많았다"면서 "바르게 읽은 건지 묻는 차원에서 (감독님에게) '이거 웃기는 거죠?'라고 물어봤다"고 떠올렸다.

이병헌의 질문에 박 감독은 '웃길수록 좋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병헌은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들면서 우스운 상황이 되는 것이어서, 다양한 감정을 한꺼번에 느끼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되실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평범한 인물들이 겪는 극단적인 상황을 더 설득력 있게 표현하려고 애쓰면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만수가 "어쩔 수가 없다…어쩔 수 없어"라며 작품 제목이기도 한 대사를 여러 번 반복하는 대목이 나온다.

박 감독은 "나쁜 짓을 하면서도 합리화하는 마음이 담겨 있어서 나쁘게 보면 비겁한 정서가 담겨 있다"면서도 "인물을 들여다보면서 연민을 느끼면 또 '그래 어쩔 수가 없었겠구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집과 영화 속 음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캐릭터라고 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고 한다.

박 감독은 "배우들 다음으로 중요한 캐릭터와도 같다는 생각으로 집을 만들었다"며 "뒷마당과 앞마당의 차이, 나무와 꽃까지 하나하나 신중하게 선택했다"고 말했다.

음악에 대해서는 "모차르트부터 트로트까지 정말 많은 곡이 영화 속에 등장한다"며 "여기저기서 많이 녹음을 해봤지만, (이번에는) 정말 최상에 도달한 것 같다"고 자신했다.

만수의 아내 미리를 연기한 손예진은 "작품에 합류하지 않으면 후회하겠다고 생각할 만큼 너무나 강렬한 서사"라고 한마디로 표현했다.

그는 "미리는 만수의 아내이면서 아이들의 엄마 역할"이라며 "제가 아이를 낳고 처음 하는 작품이어서 (연기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미리에 대해 "영화 후반부에 가서는 (스토리를) 지배하는 캐릭터"라며 "단호하고 엄격하고 무섭기까지 한, 굉장히 성숙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어쩔수가없다'는 박 감독이 2022년 '헤어질 결심'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이병헌과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등이 출연했다.

오는 27일 개막하는 제82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자 다음 달 17일 열리는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다.

'어쩔수가없다'는 2012년 고(故)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이후 한국 영화로는 13년 만에 베네치아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박 감독은 2005년 복수 3부작 마지막 영화인 '친절한 금자씨' 이후 두 번째이자 20년 만에 베네치아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박 감독은 당시 '친절한 금자씨'로 젊은 사자상, 베스트 이노베이션상, 미래영화상 등 3개의 비공식 상을 받았다.

박 감독은 "나이가 들다 보니 뭔가 했다 하면 20년 만에 하는 게 된다"고 웃음 지으면서도 "베네치아영화제 경쟁 부분에 한국 영화가 오랜만에 간다는 게 의미 있는 일 같다"고 말했다.

이어 "30주년이 된 부산국제영화제에 개막작으로 초대받은 게 특히 영광스럽다"며 "(부산영화제는) 한국 영화의 부흥과 함께 가는 역사라서 더욱 소중하다"고 했다.

one@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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