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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열정의 보법부터 달랐던 배우 이준호(35)가 뜨겁게 사랑했던 '태풍상사'와 낭만적인 이별을 완성했다.
특히 이러한 '태풍상사'의 흥행은 매회 물불 가리지 않고 일당백 활약한 이준호의 꽃보다 아름다웠던 열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2023년 히트한 MBC 드라마 '킹더랜드' 이후 2년 만에 안방으로 컴백한 이준호는 '태풍상사'에서 몸도 마음도 지갑도 얼어붙은 1997년 IMF 시절, 직원도 없고 돈도 없고 팔 것도 없는 무역회사 태풍상사의 사장이 되어버린 초보 상사맨 강태풍 그 자체가 돼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었다. 초보 상사맨부터 진짜 사장으로 거듭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레벨업한 청춘 강태풍을 온 마음을 다해 연기한 이준호는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따뜻한 온기로 '태풍상사' 전반의 중심을 잡으며 제대로 '닉값(이름값을 한다)'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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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상사' 첫인상에 대해 이준호는 "처음 출연 제안을 받고 대본을 받아 볼 때 이미 4부까지 대본이 나와 있었다. 이 작품을 하게 된 결정적 포인트는 아버지 강진영(성동일)의 사망 소식에 병원으로 달려오는 태풍과 동시에 IMF 구제금융 신청을 발표하는 뉴스가 흘러나오는 1부의 엔딩신이었다. 요즘 대부분 모든 드라마가 그렇지만 1부에 작품이 가고자 하는 길이 담겨있지 않나? '태풍상사'도 IMF를 맞이한 뒤 인물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고하는 서사가 잘 녹아있었다. 한마디로 대본이 마음에 들었다. 생각해 보면 늘 우리는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힘들었던 때가 늘 있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과거 IMF 시절을 경험한 분들은 '태풍상사'의 이야기를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고 당시에 어떤 마음으로 위기를 이겨냈는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IMF를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겐 과거를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연결고리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요즘 드라마에서 담지 않는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숏폼 콘텐츠가 대세로 자리 잡은 시대에 12부작이 아닌 16부작 드라마에 도전한 이준호의 과감한 패기도 남달랐다. 그는 "애초에 16작으로 기획된 작품이었고 개인적으로도 그 부분이 좋았다. 요즘 드라마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횟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한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로서 횟수가 줄어들면 작품을 좋아하고 캐릭터를 사랑하게 될 때 이별하게 되는 것 같아 그 부분이 늘 아쉬웠다. '태풍상사'는 긴 호흡에 요즘 같지 않은 템포로 천천히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만족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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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상사'에서 낭만 충만한 청춘의 얼굴로 열연을 펼쳐 시청자의 호평을 받은 이준호는 "태풍이를 통해 낭만이라는 단어가 요즘 되새겨지는 것 같다. 나는 IMF 시절을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부모님께서 맞벌이해 늘 부모님의 부재를 느끼며 컸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랑 너무 같이 있고 싶어서 일 나가실 때 '나가지 마'라고 붙잡을 때도 많았다. 엄마와도 유대가 남달랐는데 메모지에 서로 편지를 쓰면서 애틋한 유년 시절을 보냈던 것 같다. 엄마가 일을 나갈 때 메모지에 편지를 써주면 내가 학교 다녀와서 그 편지를 읽고 다시 답장하는, 우리만의 낭만을 쌓았다. 요즘에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예전보다 그러한 낭만을 많이 느낄 수 없는 것 같더라. 그래서 이 작품이 낭만을 되살려주는 작품이 되길 바랐고 그런 캐릭터가 된 것 같아 좋았다"며 자신이 연기한 강태풍을 향한 애정을 전했다.
아버지를 향한 마음도 특별해졌다는 이준호는 "'태풍상사' 이후 아버지와 대화에서 건강을 자주 이야기하게 됐다. 태풍이가 아버지의 빈자리를 많이 느끼면서 가족의 사랑을 많이 깨닫게 되는 인물이다. 항상 아버지라는 존재는 유독 친밀할 수만은 없는 관계 아닌가? 다들 아버지와 아들이 그렇게 대화가 많지 않으니까 이 작품이 더 크게 다가오기도 했다. 내가 유년기에 아버지가 항해사 일을 해서 6개월간 집에 못 들어올 때가 허다했다. 그래서 아버지에 대해 유독 부재감을 많이 느낀 것 같다. 이후에 아버지가 공무원이 되면서 집에서 같이 보내는 시간은 많아졌지만 내가 사춘기가 되면서 서먹서먹하게 됐다. 태풍이가 곧 내 모습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실제 내 모습이 '태풍상사' 이후 많이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아버지와 나는 서로 감정의 교감이 있었던 것 같다. 가족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작품이었고 아버지와의 관계에 있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려고 하고 예전보다 더 연락하고 대화를 하려 하는데 쉽진 않다. 그래도 아직 부모님께 '사랑한다'라는 말은 자주 하는 아들이긴 하다"고 고백했다.
고난의 연속이었던 강태풍을 보며 치열했던 20대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는 이준호는 "내가 태풍이를 연기하면서 부러웠던 부분도 있다. '내가 20대 때 태풍이 같은 성격이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태풍이는 매사 잘 받아들이고 잘 소화하는 성격이지 않나? 나는 계획했던 일이 안 되면 '왜 안 되지?'라며 깊게 파고들었고 태풍이처럼 마냥 웃을 수만 없었던 20대였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살던 때였다. 너무 낙천적인 태풍이를 연기하면서 '저래도 되나?'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고 웃었다.
그는 "그래도 예전과 지금 달라진 점은 분명히 있다. 확실히 군 복무 전과 이후가 나뉘는 것 같다. 군 입대 전에는 어렸던 20대이기도 했고 무언가를 더 갈망하고 표현하고 싶고 항상 굶주린 때였다. 그런데 군대를 다녀온 뒤 돌아보니 예전보다 내려놓은 내 모습이 보이더라. 전보다 편안하게 마음먹고 힘을 더 빼는 과정인 것 같다. 다만 그걸 알게 된 지금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서 당시의 나보다 더 잘할 자신은 없다. 그때 나는 정말 열심히 했고 다 쏟아부었다는 생각이 확실히 있다. 잘 가고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스스로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에는 자신이 있다"고 뚝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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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태풍상사가 결국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상사맨이 가지는 열정의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사랑의 이야기도 크다. 가족, 동료, 이성과의 사랑을 이야기 한 작품이기도 하다. 태풍이에게 힘든 시간 속 미선이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잘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다. 초반 무진성과 애증신(?)이 몰려 있기도 했고 태풍과 미선 커플의 애정신이 중·후반에 쌓이면서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무진성과 애정신이 메인이 된 것 같을 때쯤 김민하와 로맨스 촬영이 시작됐다.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그 속에서 로맨스가 자연스럽게 생겨났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그 상황에서 로맨스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힘든 사랑 속에서도 사랑은 존재하는 법이다. 당연히 이런 우리의 의도가 어떻게 보이고 받아들여질지는 시청자의 몫이지만 내가 생각한 강태풍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미선이가 버팀목이었고 자연스럽게 회사를 키움과 동시에 미선과 사랑도 커지는 것이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만약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을 때 오히려 나는 미선이와 같은 생각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일을 해야 할 시기'라는 미선이의 초반 거절처럼 일과 사랑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을 선택할 것 같기는 하다"고 답했다.
지난 2020년 비연예인 연인과 열애를 공개하고 내년 봄 결혼을 발표한 2PM 멤버 옥택연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이준호는 "나도 연애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지는 않다. 자연스럽게 그런 상황이 된다면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주위에 많은 배우와 동료가 새롭고 행복한 삶을 사는 방향으로 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응원하고 싶어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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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흔히 나 같은 배우가 많아졌다. 예전에 가수를 하고 지금도 가수를 하면서 배우를 하는 배우들이 많아졌다. 작곡 및 작사는 물론 노래를 하는 분들이 연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도 그런 다양한 활동을 좋아하는 편이다. 언젠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아티스트가 있다면 같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예전에도 책임감을 가지려고 노력했지만 1인 기획사 설립으로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내 일을 해보고 싶었다. 무언가 피부로 더 많이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은 크다"고 의미를 더했다.
가족 같은 2PM 멤버들과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이자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 위원장인 박진영의 '태풍상사' 반응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준호는 "드라마에 대해 아무도 이야기를 안 해주더라"며 서운함을 내보인 그는 "사실 우리는 서로 작품에 대해 평가하는 걸 부끄러워하는 사이다. 보통 그렇지 않나. 내 가족의 사회생활을 봐도 구태여 연락하거나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오히려 '드라마 잘 봤다' 연락이 온다면 '왜 그래?'라며 놀랄 것 같다. 그래도 최근에 멤버 우영이가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다. 드라마 재밌다'라는 말을 해줘서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가족이나 마찬가지니까 '서로 알아서 잘하고 있겠지' 다들 믿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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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상사'는 이준호, 김민하, 김민석, 권한솔, 이창훈, 김재화 등이 출연했고 장현 작가가 극본을, '쌈, 마이웨이' '좋아하면 울리는' '마인' '이번 생도 잘 부탁해'의 이나정 PD가 연출을 맡았다. 지난달 30일 종영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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