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되찾은 미소. 결과보다는 과정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러시아전에서 보여준 좋은 장면에 집중했다. 그리고 모로코전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을 다짐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스위스로 이동했다.
구자철은 간절함을 이야기했다. 그는 "이런 평가전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하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스타일의 축구를 펼치고, 그것을 훈련장에서 습득하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부분들이 있었다.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플레이를 했다. 빠른 역습이나 부분 전술 등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요 근래 대표팀에서 보지 못했던 공격 장면들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긍정적인 것을 채워나가야 한다. 완벽에 가까워져야 세계적인 무대에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그 과정은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최대한 에너지를 내서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러시아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권창훈도 만났다. 권창훈은 러시아전에서 신 감독이 들고 나온 '변형 스리백'에 걸맞는 움직임을 보였다. 손흥민과 위치를 수시로 바꿨다. "(장)현수 형, (구)자철이 형, (정)우영이 형 등 미드필더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잘 되는 전술"이라면서 "형들이 잘해줬다. 유기적으로 움직여줬기에 나나 (손)흥민이 형이나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중앙 싸움에서는 밀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들 모두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를 하려고 했다. 감독님은 공격적이고 사이사이로 패스 넣는 것을 좋아한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감독님이 실수하더라도 도전하고 또 도전하라고 이야기 해주시더라. 감독님의 축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이 나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공항에 도착한 대표팀은 분주했다. 100개가 넘는 가방을 챙기고, 차에 실었다.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뇌샤텔에 위치한 숙소로 향했다. 버스를 타기 전 신 감독과 잠시 만났다. 신 감독은 모로코전에서 선수 구성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그는 "포메이션은 바뀔 것이 없다. 다만 선수들은 변화를 줄 것이다. 월드컵 로드맵을 짜는데 선수들을 다 써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옥석을 고르는 과정이라는 것. 신 감독은 "내년 3월 A매치까지 어느 정도 선을 만들어놓아야 한다. 중심을 만들어야 하기에 선수들을 한번씩 다 볼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선수 구성도 얘기했다. 중앙 수비수 중 두 명의 스토퍼는 김기희와 송주훈을 뛰게 할 예정이다. 왼쪽 윙백 자리에는 임창우를 배치할 계획이다. 김보경의 선발 출전도 예고했다. 다만 기성용은 고민중이다. 신 감독은 "기성용은 아직 체력이 완전하지 않다. 상대가 강하게 나온다면 다칠 수도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취리히(스위스)=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