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레스의 '그 날'에 달린 첼시의 운명

기사입력 2013-10-29 11:31



28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스탬포드브릿지에서 격돌한 첼시와 맨체스터시티(이하 맨시티)의 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9라운드. 우리의 두 눈에 꽉 들어찬 건 토레스의 '그 날'이었다. 1골 1도움으로 90분 승부에 큰 획을 그은 토레스는 아게로가 한 골을 만회한 맨시티를 2-1로 낚아챘다. 해마다 시즌 초반의 미칠 듯한 추진력이 10월 중순을 기점으로 꺾였던 첼시가 올해엔 초반 부침에도 EPL 2위, UEFA 챔피언스리그 E조 1위를 지탱해온 데엔 이렇게 터져주는 선수의 덕이 크다.

비록 패했으나 맨시티가 보인 무게감은 상당했다. 특히 첼시가 힘들어했던 건 야야 투레를 꼭짓점으로 세우고 그 밑에 하비 가르시아-페르난지뉴 라인을 받친 중원 조합이었다. 여기에 왼쪽에 위치한 다비드 실바까지 중앙으로 들어왔을 때 맨시티는 패스 공급처 역할을 할 자원이 확연히 늘어났다. 실바가 둘러싸이면 야야 투레가 상대적으로 여유를 누렸고, 이 두 선수가 모두 잡히면 페르난지뉴가 있었다. 어느 한 곳에 마킹을 집중할 수 없었던 첼시는 패스로써 볼을 점유해 들어오는 맨시티에 주도권을 내주며 흐름을 잡아먹혔다. 후반 3분, 아게로가 터뜨린 동점골 과정에서도 야야 투레를 의식하며 실바와 나스리를 놓친 탓이 컸다.

물론 이에 대처한 첼시의 수비력도 상당히 훌륭했다. 볼 점유를 상당 부분 내줬던 시간대에도 아게로에게 얻어맞은 한 방 외엔 특별하게 큰 위기를 맞지 않았다. 우선 토레스 아래 배치된 아자르-오스카-쉬얼레 라인부터 중앙, 측면 가리지 않고 상당히 부지런히 볼의 흐름을 쫓은 것이 주효했다. 특히 싸움닭처럼 상대를 쪼고 늘어지며 쉽게 통과할 수 없도록 노력한 쉬얼레의 역할이 컸다. 또, 하미레스의 기동력이 그다음 저지선을 구축해내며 뒷선의 짐을 줄여나갔다. 볼이 그 다음 과정으로 넘어갔을 때에는 플랫 4의 수비력도 상당히 안정돼 있었다. 게다가 체흐의 선방까지 받쳐주며 승부를 팽팽히 쥐고 갈 수 있었다.

다만 한 번 헌납한 주도권을 다시 빼앗아 오기가 참으로 어려웠다. 볼이 주로 첼시 진영에서 돌며, 맨시티는 올라오고 첼시는 내려가는 장면이 반복됐다. 이런 기세를 파괴하기에 아자르와 오스카의 폼은 영 아니었고, 램파드가 뻗어내는 패스 줄기도 큰 빛을 발하지 못했다. 또, 간간이 잡은 몇 차례의 찬스엔 부심의 기가 번번이 올라가 있었다.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무리뉴의 속을 뚫어준 건 '믿음으로 탄생한' 토레스. 상대의 라인을 강제로 끌고 내려갈 수 있었던 건 이 선수의 개인 능력이었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상대 최종 수비라인을 타면서 빠져드는 움직임을 계속 시도했고, 홀로 치는 드리블로 프리킥 기회를 유도해내기도 했다.

서로 엇갈린 나스타시치와 조하트 사이로 흐른 볼을 직접 차 넣어 승리의 방점을 찍은 것도 인상적이긴 했다. 하지만 토레스가 정녕 빛난 건 쉬얼레의 첫 골을 돕는 과정이었다. 맨시티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간 그는 공간만 생기면 치고 뛸 만한 능력이 있었고, 이것이 니어 포스트로 잘라 들어오다 경로를 바꿔 수비를 따돌린 쉬얼레의 발에 그대로 연결됐다. 1.5선이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자 본인이 직접 공격의 물꼬를 트며 득점을 끌어낸 값진 순간이었다. 승점이 절실함에도 공격진에서 뾰족한 수를 제시하지 못할 때. 그럴수록 토레스의 '그 날'이 첼시의 운명까지 결정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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