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이 8일(한국시각) 영국 위건의 DW스타디움에서 열린 본머스와의 2014~2015시즌 챔피언십 29라운드에서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사진캡쳐=위건 구단 홈페이지
자유계약(FA)신분이던 김보경(26)이 지난 6일(한국시각) 말키 맥케이 감독(43)의 위건에 입단했다. 김보경은 이틀 만에 홈구장 DW스타디움에서 열린 본머스와의 2014~2015시즌 챔피언십(2부리그) 29라운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김보경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됐으며, 위건은 1대3으로 패했다.
의아한 동행이다. 맥케이 감독은 지난해 4월 인종차별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카디프시티 재임 중이던 2012년 김보경 영입 과정에서 동양인을 비하하는 의미의 '빌어먹을 칭크(F***ing chink)'라고 표현한 게 영국 현지 언론을 통해 폭로됐다. 한때 잉글랜드 축구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지도자였던 맥케이 감독은 인종차별 발언 뿐만 아니라 성희롱 등 갖가지 추행이 드러나며 잉글랜드축구협회(The FA) 조사까지 받았다. 김보경을 영입한 위건의 구단주인 데이브 웰란은 논란에 휩싸였던 맥케이 감독을 두둔해 비난을 받았던 인물이다. 카디프를 떠나 새둥지 찾기를 폭넓게 고심해왔던 김보경이 위건행을 받아들인 것 뿐만 아니라 위건이 김보경을 선택한 배경을 두고 잉글랜드 뿐만 아니라 국내 축구계도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김보경이 '악연'인 위건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보경은 2012년 7월 맥케이 감독의 주도 하에 카디프 유니폼을 입었다. 그해 12월 서서히 자리를 잡았고, 이후 1년간 카디프의 주전으로 승승장구 했다. 하지만 맥케이 감독이 떠난 뒤 출전 시간이 급감하며 결국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도 부진했다. 카디프를 떠난 뒤도 문제였다. 1년 넘게 실전 감각을 쌓지 못한 김보경이 좋은 조건 속에 새 팀을 찾을 만한 여건은 아니었다. 자신을 가장 잘 아는 맥케이 감독 밑에서 출전시간을 끌어올리는 게 현실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맥케이 감독도 돌파구가 필요했다. 챔피언십(2부리그) 소속인 위건은 전체 24팀 중 강등권인 23위에 머물고 있다. 상위팀과 승점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폭넓은 활동량과 잠재성에 주목해 카디프서 중용했던 김보경은 분위기를 바꾸기에 좋은 카드였다. 과감하게 김보경을 영입할 수 있었던 배경엔 '실리'가 깔려 있다.
김보경은 맥케이 감독을 두고 "예전에 내 선수 생활에 큰 도움을 받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 준 지도자"라며 "다시 맥케이 감독과 일하게 돼 기대가 크다. 내가 다른 제안을 거절하고 위건으로 온 이유는 맥케이 감독 때문"이라고 신뢰감을 숨기지 않았다.
간절함은 새로운 힘을 만든다. 강등권 탈출과 재기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를 위해 의기투합한 김보경과 맥케이 감독의 새로운 동행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