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의 힘' 포항은 그래도 포항이다

기사입력 2016-03-03 17:47



포항 스틸러스의 올 시즌을 앞둔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일단 스틸타카라는 새로운 색깔을 만든 황선홍 감독이 팀을 떠났다. 여기에 주력 선수들이 대거 떠났다. '주포' 김승대는 중국 슈퍼리그 옌벤 푸더로 이적했다. '제2의 황새'로 불렸던 고무열도 전북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알토란같은 활약을 해주던 신진호와 조찬호는 서울행을 택했다. 김태수도 인천으로 갔다. 그나마 기대했던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실패했다. 최진철 감독도 "포항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선수단 내 분위기는 달랐다. 문창진은 "포항은 지난해도, 그 전 해에도 위기라고 했다. 그때마다 우리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마침내 뚜껑을 연 2016시즌. 포항은 그래도 포항이었다. 포항은 2일 우라와 레즈(일본)과의 2016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H조 2차전에서 1대0으로 이겼다. 포항은 승점 4점으로 H조 선두로 뛰어올랐다. 포항은 올 시즌 치른 3경기에서 원하는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하노이와의 ACL 플레이오프(3대0)에서 불안한 경기력에도 승리를 거머쥐었으며, 광저우 헝다와의 ACL 1차전(0대0)에서도 승점 획득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이뤘다. 공격적인 승리를 목표로 한 우라와전에서도 달라진 경기력으로 결과를 얻었다. 위기 속에서도 성과를 가져오는 힘, 바로 '명가' 포항이 가진 힘이다.

포항은 변화 속에서도 응집력을 잃지 않았다. 일단 수비라인을 지켜주는 베테랑의 힘이 크다. 포항은 공격라인에 변화가 있지만 수비라인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 차이가 없다. 황지수 신화용 김광석 김원일 등이 건재하다. 이들의 존재감은 3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이어지고 있다. 칭찬에 인색한 최 감독도 "팀에 리더가 많은 것은 좋은 팀으로 가는 발판이 된다. 우리팀은 측면과 공격에 있는 선수들이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다. 중앙과 후방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하고, 베테랑들은 늘 그래 왔듯 잘해주고 있다"고 했다. 포항의 자랑인 '화수분 축구'도 여전하다. 새로운 선수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우라와전에서 데뷔전을 치른 '신성' 정원진은 활발한 움직임으로 만점 활약을 펼쳤다. 최 감독도 "데뷔전 치고는 좋은 모습이었다. 자신 있고 활발하게 움직였다. 오늘 경기로 한단계 발전한다면 팀에 큰 보탬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가장 큰 힘은 포항에 대한 자부심이다. '최후의 보루' 신화용은 "경기 들어가면 어느 팀과도 해볼만 하다. 포항 엠블럼 달고 뛰는 순간만큼은 수준이든 동기든 뭐가 됐던 우리만의 강한 응집력이 있기 때문에 개의치 않고 집중한다. 그러면 결과는 항상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에이스' 손준호는 "포항이라는 팀이 누가 나간다고 못하는 팀이 아니다"며 "포항은 유스시스템을 통해 성장한 선수들이 함께 하다보니 프로에 와서도 마음이 잘 맞는다. 서로의 장점을 잘 아니까 서로 가장 잘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도록 도와준다. 그게 포항의 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막을 앞둔 K리그 클래식, 올 시즌에도 포항은 만만치 않은 팀이다.

한편, ACL 2라운드에서는 K리그팀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FC서울, 포항은 웃었고, 전북, 수원은 울었다. 공교롭게도 서울, 포항은 J리그팀들에 통쾌한 2연승을 거뒀고, 전북, 수원은 차이나머니로 무장한 중국 슈퍼리그팀들에 2연패를 당했다. 서울은 산프레체 히로시마에 4대1 대승을 거뒀다. 2연승으로 F조 선두를 질주했다. 올 시즌 대대적인 투자로 ACL 정복을 선언했던 전북은 중국 원정에서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며 장쑤 쑤닝에 2대3으로 패했다. 수원도 상하이 원정길에서 상하이 상강에 1대2로 무릎을 꿇었다. 1무1패로 G조 최하위로 추락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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