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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팔에 찬 주장 완장이 어색했다.
이승우는 성장했다. 특유의 둔탁한 몸싸움과 선굵은 패스를 앞세운 잉글랜드 수비진을 유린했다. 단순히 발재간만 빛난 게 아니었다. 상대 수비수에게 악착같이 달라붙어 볼을 빼앗았고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강하게 몰아붙이는 상대와 경합에서 넘어질 것처럼 휘청이다가 이내 중심을 잡으며 볼을 소유했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뽑아낸 강력한 왼발골도 상대 수비수와의 경합을 이겨내고 얻어낸 결과물이었다.
'캡틴' 역할도 빼놓을 수 없었다. 자신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동료들과 소통에 분주했다. 좋은 플레이가 나오면 박수를 치며 엄지를 치켜 세우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동료들의 득점 장면에선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기뻐했고 벤치와도 90분 내내 교감했다. 점수차가 벌어지며 신경질적인 플레이를 펼친 잉글랜드 선수들에 맞서 동요하지 않고 오히려 동료들을 챙겼다. 한국은 '캡틴' 이승우의 1골-1도움에 힘입어 3대0으로 쾌승했다.
이승우는 자신보다 팀을 앞세웠다. "1차전에 이어 2차전도 승리해 기쁘다. 감독님과 코칭스태프의 배려에 보답하자는 생각으로 선수 전원이 뛰었는데 두 경기 모두 결과가 좋아 만족스럽다." 이날 원톱과 섀도 스트라이커 자리를 두루 소화했던 이승우는 "자리가 어디든 둘 다 괜찮다"며 "내가 수비에 가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동료들이 더 뛰어준다. (동료들이) 나를 배려해주기 때문에 더 뛸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U-18 대표팀 동료들은) 12세 대표팀 시절부터 함께 해온 친구들이다. 내가 주장이라고 해서 굳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서로를 잘 알기에 편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축구는 11명이 그라운드에서 만들어 내는 하모니로 결과를 낸다. '나'가 아닌 '팀'을 앞세우며 성장해가고 있는 이승우가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