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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죠!"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10살에 축구를 시작해 지금까지 왔다. 어린 시절부터 가정을 꾸릴 때까지 운동을 했다"며 "청춘을 다 바쳤다. 돌아보면 아쉽고 힘든 때도 있었지만, 그 시간도 고맙고 감사하다. 값진 시간이었다"고 영욕의 발자취를 돌아봤다.
시작은 미약했다. 밀양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그라운드를 밟은 김병지는 키가 작아 축구를 그만둬야 했다. 고등학교 때 20cm 폭풍 성장을 하면서 축구 선수의 꿈을 다시 한번 키웠지만, 한번 멈췄던 시간을 되돌리기에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각종 기록은 덤이었다. 25년 동안 706경기에 나선 김병지는 K리그 통산 최다 출전 기록을 세웠다. 최고령 출전(45세 5개월 15일), 최다 무교체(153경기), 최다 무실점(228경기) 기록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순탄한 생활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2001년 파라과이와의 칼스버그컵 3위 결정전에서 하프라인까지 공을 드리블하면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당황케 했다. 결국 김병지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그라운드 대신 벤치를 지켜야 했다.
김병지는 "내가 생각해도 과했다.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런 드리블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때 내 자만심에 실수를 저질렀다. 지금이라면 훨씬 더 지혜롭게 정리해서 신뢰를 받지 않았을까 싶다"며 웃었다.
2008년 허리 수술 역시 그에게는 잊지 못할 아픔이다. 김병지는 "허리 수술을 한 뒤 더 이상은 선수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회고했다. 힘겨웠던 순간이 주마등 처럼 스쳐가는듯 표정도 잠시 일그러졌다. 하지만 김병지에게는 고난의 시간마저도 값진 순간으로 바꿔놓는 집념과 지혜가 있었다.
김병지는 힘겨웠던 재활의 시간을 거쳐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그는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던 것은 축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열정 덕분이었다.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꿈꿨다. 잠들기 전에 '내일 또 다시 선수를 할 수 있을까' 물음을 던졌다. 오늘만큼 값진 내일을 보내기 위해서는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치열한 삶의 과정을 회상했다.
K리그에서 그 누구보다 오랜 시간 그라운드를 누볐던 김병지는 이제 정들었던 축구화를 벗는다. 하지만 축구를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김병지는 축구인으로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간다. 첫 걸음은 유소년 재활 센터다. 김병지는 "곧 유소년들을 위한 재활 센터를 오픈할 예정"이라며 "고등학교 1~2학년 때 20cm가 컸다. 중고등학생 때 그런 시기가 있다. 그때 근력과 함께 병행하지 않으면 긴 시간 동안 운동할 수 없다. 그동안 받은 사랑을 팬들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씩씩하게 그라운드를 누볐던 김병지는 희망찬 내일을 기약하며 이별을 고했다. 그는 "25년 동안 정말 감사했다. 또 다른 인생을 시작한다. 노력하지 않을 때는 질책을, 부족해도 열심히 하는 모습에는 격려를 부탁드린다"며 "정말 부족한 선수였다. 많은 분들의 도움 속에 성장했고, 그 꿈을 이뤘다. 감사하다"며 웃으며 이별을 고했다. 또 다른 만남을 위한 일시 정지, '선수' 김병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울산=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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