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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과 대전이 벼랑 끝에서 만난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성남은 부상자가 속출하며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8경기 동안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단순히 운으로 치부하기에는 경기력 자체가 좋지 않았다. 대전도 마찬가지다. 승점 쌓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전은 경기력 자체는 나쁘지 않다. 매경기 주도권을 잡고 상대를 괴롭히지만, 중요한 것은 결과다. 이기지 못하는 경기가 늘어나면서 분위기도 가라앉고 있다.
클래식에서도 잔뼈가 굵었던 성남과 대전, 두 팀은 왜 2부리그에서 조차 바닥을 기고 있을까. 어색하기만 한 두 팀 간 단두대 매치에는 선수단 외적인 이유가 있다.
구단 안팎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이를 컨트롤해야 할 수장들은 뒷짐을 지고 있다. 두 구단 운영진 모두 지난 시즌 실패를 이유로 사표를 냈지만, 모두 반려됐다. 결과적으로 실패에 대해 책임을 진 사람은 없었다. 성남은 지난 시즌 계속된 실정으로 비판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석연찮은 김학범 감독 경질로 인해 논란을 낳았고, 이후 경험이 부족한 구상범, 변성환 등 유소년 지도자를 감독대행에 앉히는 등 파행을 거듭했다. 결과는 결국 리그 최고 명문팀의 사상 첫 강등이었다. 대전 운영진 역시 최근 정치적 파고 속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구단 프런트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반드시 선수단에 영향을 미친다. 하위권에 머물 선수 구성이 아님에도 성남과 대전이 바닥을 기고 있는 이유다. 끝모를 부진을 단순히 부상, 전술 등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동병상련 단두대 매치의 이면이다.
현재가 바닥이 아닐 수도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성남은 이미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성남시의회는 4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열어 성남FC 운영비 30억원 삭감안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성남시와 구단은 올 하반기 선수들에게 지급할 인건비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여전히 시의회에선 운영진이 지난 시즌 실패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은 데 대해 강한 비판을 하고 있다. 물론 시의회의 결정이 정치적인 의도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어쨌든 구단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만은 분명하다. 대전 역시 이같은 위기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어울리지 않는 단두대 매치에서 만난 두 팀. 과연 어느 팀이 상대 희생을 발판 삼아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게 될까. 집 안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