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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꿈과 희망을 나르는 기사가 되고싶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소싯적 스피드를 좋아했던 걸로 안다. 특히 오토바이에 관심이 컸다고 들었는데.
-제주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중고차 딜러인 아버지를 도와 일을 하고 있었다. 버스 4대 정도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를 활용해서 일을 하기 위해 구직 활동을 하던 차에 축구단에서 연락이 왔다. 면접을 볼 때 "나는 단순히 수송만 하는 기사가 아니라, 선수들의 꿈과 희망을 나르는 기사가 되고싶다"라고 말했는데 이를 인상 깊게 봐주셔서 본격적으로 일하게 됐다.
-처음에는 육지에서 원정경기만 담당했다가 제주도로 내려와 홈/원정 경기 모두 총괄하게 됐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구단에서 내게 홈-어웨이 총괄을 담당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그 동안 열심히 일한 것을 인정받는 것 같아서 정말 감사했다. 또 그 전까지는 제주도를 한번도 가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제주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감사하게 생각했다.
-겹경사로 제주도에 와서 딸을 얻었는데.
▶제주도 환경이 워낙 좋다보니 스트레스를 덜 받았나 보다.(웃음) 제주는 행복의 땅이라고 할 수 있다.
-버스에는 어떤 물건을 싣고 다니는가?
▶어웨이 경기 때는 경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운반해야 한다. 아이싱용 대형 풀장, 아이스박스, 선수들이 마실 물, 음료 등. 그리고 서포터즈 협조 차원에서 현수막이나 응원도구 등을 구비하고 있기도 한다.
-운전을 하면서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몸으로 관중들에게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선수들을 수송하기 때문에 몸이 다치지 않도록 그 무엇보다도 안전을 중요시 한다. 전임자가 했던 인수인계의 첫 마디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버스를 운전할 때, 뒤에 시어머니가 45명 앉아있다고 생각해라." 그 후로 지금까지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경기를 이겼을 때는 상관이 없지만, 결과가 안 좋으면 브레이크를 한번 잡는 것도 예민하다.
-경기가 끝난 후 선수단을 가장 먼저 마주하는 스태프로 고충이 클 것 같은데.
▶경기 전 후로 코칭스태프과 선수단이 굉장히 예민하다. 특히 불빛과 큰 소리에 민감하다. 선수들이 탑승하면 제일 먼저 소등을 하고 정숙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주의한다. 이겼을 때는 그 어떤 노래를 틀어도 상관이 없지만, 졌을 때는 노래 조차 틀지 않는다.
-차량에 문제 생긴 적은 없었는지.
▶버스 관리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이제까지 큰 사고나 문제는 없었다. 한번은 홈경기가 끝나고 복귀를 하던 중, 계기판 고장 때문에 연료가 다 떨어진 것을 모르고 운행을 하다가 버스 시동이 꺼진 적이 있었다. 다시 시동을 걸기 위해 여러 번 시도를 했으나 시동은 걸리지 않았고, 급히 대체 차량을 불러 선수들을 복귀 시켰다. 다행히 경기를 이겼기 때문에 모두들 웃으며 별 탈 없이 넘어갔던 기억이 있다.
-선수단보다 하루 먼저 출발을 하고 하루 늦게 복귀한다. 원정을 가면 주로 하는 일은.
▶원정 도시에 먼저 도착해 원정 준비 세팅을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선수들이 먹을 간식, 음료, 물 구입부터 버스 세차와 정비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하지만 10년 동안 일을 하다 보니 노하우가 많이 쌓여 준비하는 시간이 많이 단축됐다.
-가장 까다로운 원정길은.
▶원정 운행이 가장 긴 구간은 강원이다. 특히 휴가기간에 경기가 걸리면 공항에서 숙소까지 도착하는 시간을 예측을 할 수 없다. 보통 2시간이면 도착할 거리가 두 배 이상 걸릴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뒤에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피곤이 쌓이는 것이 몸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가장 까다로운 원정길이다.
-반대로 가장 편안한 원정길은.
▶공항에서 가까운 곳에 경기장이 있는 팀이 편하다. 예를 들면 서울.
-구단에서 10년 차인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동고동락하는 선수들이 부상을 입을 때 가장 가슴이 철렁한다. 특히 뒤에서 항상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예전 신영록 선수 사고처럼 부상을 입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마음 아프다.
-가장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선수들을 수송하다 보면 선수들의 팬들을 굉장히 많이 만나게 된다. 선수단과 함께 생활하는 저를 보면서 부러워 하시는 팬 분들이 많이 계시다. 참 행복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많이 보람을 느끼고 감사하다.
-버스는 어떤 의미인가.
▶많은 이들의 꿈과 희망을 나르는 수단. (그렇다면 본인의 꿈은?) 조성환 감독님을 닮고 싶다. 버스에 타실 때 마다 항상 커피를 건네주시며 오늘도 잘 부탁한다고 말씀하시는 감독님을 보며, 사소한 부분까지 다른 이를 챙기는 감독님의 인성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주임님에게 제주 유나이티드란.
▶좋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장소.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함을 많이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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