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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길 AG 감독, 일생일대의 도전에 나서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09-27 20:33




김봉길 신임 U-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은 코치 생활을 8년이나 했다.

전면에 서는 감독 뒤에서 궂은 일을 해야 하는 코치는 스포트라이트와 거리가 멀다. 하지만 성적에 대한 책임은 똑같이 진다. 최용수 전 서울 감독은 "코치로 있으며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을 보냈다"고 했을 정도.

나름 또래에서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평가받았던 김 감독이지만, 후배들, 동기가 감독에 오르는 와중에도 흔들림 없이 자기만의 길을 걸었다. 그러면서도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흔한 해외연수 한번 해보지 못했지만, 허정무, 일리야 페트코비치, 장외룡, 정병탁 등 그가 모신 감독들의 장점을 머릿속에 새겼다.

2008년 인천 시절 마침내 첫 번째 기회가 주어졌다. 페트코비치 감독이 갑작스레 사퇴하자 감독대행으로 임명됐다. 결과는 실패였다. 5번의 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김 감독은 "너무 잘하려고, 너무 급하게 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다시 코치로 돌아가 묵묵히 역할에 집중하던 김 감독에게 두번째 기회가 생겼다. 2012년 4월 허정무 감독이 자진사퇴하며 두번째 감독대행으로 나섰다. 12경기 동안 승리가 없던 인천은 이후 상위 스플릿을 바라보는 팀으로 변신했다. '봉길매직'의 시작이었다. 2013년 상위 스플릿 진출이라는 기적을 달성한 김 감독은 2014년 인천 지휘봉을 내려놓을 때까지 '잔류왕' 인천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끈끈한 축구'를 만들었다.

야인으로 지내면서도 축구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K리그 모든 경기를 놓치지 않았다. 쉬는 와중에도 틈틈이 고등학교, 대학교 등에서 인스트럭터로 뛰며 어린 선수들을 키웠다. 그런 그에게 세번째, 아니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 '꿈은 꿨지만, 밖으로 얘기하지 않았던' 대표팀 사령탑이다. 김 감독은 26일 열린 기술위원회에서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1999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관문 앞에 서게 됐다.

김 감독은 이제 지금껏 준비한 모든 것을 펼치려고 한다. 고등학교 감독, 대학교 감독, 프로팀 코치, 프로팀 감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무대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아마 지도자를 하며 선수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고, 프로 지도자를 하며 다양한 상황에서의 대처법을 배웠다. 인천 시절 그랬던 것처럼 한교원(전북) 진성욱(제주) 같은 흙 속의 진주를 찾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는 축구를 만들고 싶은 것이 지금 김 감독의 목표다. "김봉길 하면 '봉길 매직'을 이야기 한다. 나는 마법사가 아니다. 매직은 내가 아닌 선수들이 부리는 것이다. 매직의 시작은 땀이다. 누가 봐도 '아~ 이 팀은 한국 대표팀이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책임감 있게 뛰는, 한발 더 뛰는 대표팀을 만들고 싶다." 지금 한국축구에서 가장 필요한 모습들이다.

모두가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한다. 선수들 모두에게 문을 열어놓지만, 그 문턱은 철저히 실력으로만 쌓을 것이다. 김 감독은 벌써부터 선수 관찰 계획을 세웠다. 코칭스태프도 지금껏 그와 함께 했던 코치들이 아닌,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전문가들로 채울 생각이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보는 사람도 즐거울 수 있는 축구를 만드는데 필요한 인재라면 모두 함께할 계획이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까지 이제 1년도 남지 않았다. 목표는 금메달이다.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내가 좋아하는 (이)광종이 형이 엄청난 업적을 이뤘다. 나도 금메달을 이어가고 싶다. '금메달 매직'으로 가는 길이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

김봉길 감독의 '일생일대의 도전'이 시작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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