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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시상식]'천운' 타고난 이재성, 아직 이룰게 많은 욕심쟁이다

기사입력 2017-11-20 16:22


전북 이재성.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삼형제 중 막내인 이재성(25·전북)은 자신보다 먼저 축구를 시작한 둘째 형 이재권(30·부산)을 보며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고교 시절에는 2010년 인천 유니폼을 입고 프로가 된 형의 경기를 현장에서 직접 관전하며 프로 데뷔를 꿈꾸기도 했다. 이재성은 "형이 걸은 길을 따라 걷고 싶었다. 대학교 때도 형 친구들에게 프로세계의 얘기를 들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형을 본받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재성의 축구인생에는 '운'도 많이 따랐다. 2013년부터 유망주 육성에 초점을 맞춘 K리그 23세 이하 선수 의무출전 규정의 수혜를 받았다. 고려대 3학년을 마친 이재성이 2014년 전북 유니폼을 입자마자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었다. 초호화 멤버를 갖춘 전북에서 신인이 주전을 꿰찬 건 이례적이었다.

물론 최고의 기량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운이 제대로 작동했다. 이재성은 "운이 많이 작용했다. 또 (이)승기 형이 2015년 군 입대한 뒤 많이 뛰면서 강한 자신감을 얻었다. 동기부여도 확실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신인에게 무한 신뢰를 보여주신 최강희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프로 4년차인 이재성이 매년 발전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운은 '라이언 킹' 이동국(38)과 한 방을 쓰면서다. 둘의 나이차는 무려 13년이다. 이동국이 많은 말을 하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이재성은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어깨 넘어로 이동국의 모든 걸 스폰지처럼 흡수했다. 이재성은 "천운은 타고 난 것 같다. 신인 때부터 동국이 형님과 룸메이트를 하면서 좋은 기운이 스며들었다. 옆에서 좋은 걸 배울 수 있었다"며 웃었다. 이재성은 철저한 몸 관리부터 경기를 대하는 자세, 사생활 등 최고의 경기력 유지와 더불어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을 이동국을 보며 따라했다.

또 다른 운은 프로 데뷔 해인 2014년에 받았다. 이광종호의 멤버로 28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일궈내면서 병역 혜택도 받았다.

2015년 수원 소속이던 권창훈(디종)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이재성은 2년 만에 K리그 최고의 별로 떴다. 이재성은 20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어워즈에서 언론사 투표 118표 중 69표를 획득, 조나탄(수원·49표)과 이근호(강원·15표)를 제치고 MVP를 수상했다.

이재성은 "가문의 영광이다.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 2년 전 영플레이어상을 받았지만 똑같은 마음으로 훈련했다. 전북이란 팀에서 좋은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MVP를 탈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올 시즌 출발은 암울했다. 지난 3월 시즌 개막전 대비 훈련 도중 정강이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했다.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가 그라운드에 복귀한 건 5월 14일 울산전부터였다. 이후 두 달간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며 제 기량을 끌어올리는데 힘겨워 했다. 그러나 7월부터 '진짜 이재성'으로 돌아왔다. 올 시즌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8골-10도움 중 7월 이후 7골-8도움을 올렸다. 무엇보다 전북이 K리그에서 다섯 번째 별을 다는데 견인했다.


이번 시즌 목표는 '도움왕'이었다. 이재성은 "부상으로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앞으로 욕심을 좀 더 내서 목표를 이뤄보고 싶다"고 전했다.

기량은 최고지만 뛰는 폼은 다소 우스꽝스럽다. 뒤뚱거리며 넘어질 듯 말듯 뛴다. 최 감독은 "이재성은 그 누구보다도 신체 밸런스가 좋은 선수"라며 극찬했다. 이에 대해 이재성은 "오다리다.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뛰어서 습관이 된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제 국내에선 더 오를 곳이 없다. 그러나 이재성은 손사래를 쳤다. "MVP 트로피가 다가 아니다. 발전해야 한다. 전북에서 좋은 선수들과 더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아직 이뤄야 할 목표가 많이 남아있다. 우선 해외진출에 대한 꿈을 놓지 않고 있다. 이재성은 "K리그에서 많은 상을 타봤지만 유럽에서도 타보고 싶다"며 "내년 월드컵이 있기 때문에 해외진출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또 2018년 러시아월드컵 출전을 바라고 있다. 그는 "부상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월드컵에 참가해 출전하는 것이 내년 목표다. 공격수다 보니 월드컵 무대에서 공격포인트도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재성의 축구인생에 내리막은 없었다. '꽃길'만 걷고 있는 이재성은 아직 이루고 싶은 것이 많은 '욕심쟁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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