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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벵거 감독이 결국 아스널을 떠난다.
이러한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 벵거 감독은 아스널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벵거 감독은 1996년 아스널 지휘봉을 잡은 이래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가 처음부터 주목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창단 110년만의 첫 외국인 감독이었던 벵거 감독은 AS모나코, 나고야 그램퍼스 등을 거쳤지만, 잉글랜드에서 무명에 가까웠다. '아르센, 누구?'라는 헤드라인은 그의 위치를 보여준 대표적인 문구였다.
하지만 벵거 감독은 아스널은 단숨에 바꿨다. 이전까지 지루한 축구를 펼치던 아스널은 대단히 공격적인 축구로 변모시켰다. 술과 기름진 음식에서 채소와 생선 위주로 바꾼 식단부터 다양한 기법을 도입한 훈련법까지, 벵거 감독은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부임 첫 해 리그를 3위로 마치며 가능성을 보인 벵거 감독은 이듬해인 1997~1998시즌 리그와 FA컵을 동시에 석권하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벵거 감독은 22년 동안 리그 우승 3회와 FA컵 우승 7회를 달성했다. 특히 2003~2004시즌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유일한 '무패 우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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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널에서 물러난 벵거 감독이 은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진짜 관심사는 아스널의 미래다. 22년간 한 사람이 지배했던, 이 장기집권의 후유증을 어떻게 털어내느냐가 아스널의 가장 큰 숙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벵거 감독의 가장 큰 라이벌이었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떠난 후 망가진 맨유를 보면 이해가 쉽다. 퍼거슨 감독은 2012~2013시즌을 끝으로 27년간 이끈 맨유를 떠났다. 퍼거슨 감독은 27년간 38개의 트로피를 맨유에 안긴 명장, 이상이었다. 맨유는 퍼거슨의 부재와 함께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단 한차례도 리그 우승트로피를 거머쥐지 못했다. 감독도 5시즌간 3명이나 바뀌었다.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서 상대를 압도하던 맨유, 특유의 강력한 아우라를 잃었다.
아스널 역시 이런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걱정이 더 크다. 선수단쪽에 초점을 맞췄던 퍼거슨 감독과 달리 벵거 감독은 훈련부터 선수영입, 재정에 이르기 까지 모든 면에서 아스널을 컨트롤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순히 감독직을 새롭게 메우는 쪼에 초점을 맞출 경우, 맨유 이상의 혼돈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반 가지디스 아스널 CEO의 말에 눈길이 간다. 가지디스 CEO는 "과거에도 벵거 감독을 교체하는 건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했었다. 앞으로 수 개월간 전 세계는 아스널의 모든 사람들이 보이는 단결력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벵거 감독을 대신할 지도자를 찾지 않을 것이며, 대신 앞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맨 지도자가 아닌, 새로운 지도체계의 완성을 노리고 있다는 뜻이다.
패트릭 비에이라부터 루이스 엔리케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실제 아스널은 벵거 감독의 후임자를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찾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선은 '아스널이 모든 부분에 권한을 갖고 있는 매니저가 아닌 훈련과 선수단 관리에 초점을 맞춘 헤드 코치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벵거 감독이 갖고 있던 권한을 나누겠다는 의미다. 맨유가 '누구'로 퍼거슨 감독을 대체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반면, 아스널은 '어떻게' 벵거 감독을 대체하느냐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아스널마저 대변혁의 시기를 맞았다. 이 소용돌이는 앞으로 EPL의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