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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다. 2021년 9월 6일, 안익수 당시 선문대 감독은 강등 적신호가 켜진 FC서울의 '소방수'로 임명됐다. 2012년 성남을 떠난 뒤 9년 가까이 프로 무대를 떠나있던 인물의 등장은 파격이었다. 안 감독이 들고 온 전술은 더 파격적이었다. 평소 EPL 맨시티 축구를 동경한 안 감독은 빌드업을 통해 만들어가는 축구, 풀백의 중앙 이동과 같은 포지션 파괴, 빠른 패스 플레이로 대표되는 소위 '익수볼'로 강등권에 있던 팀을 7위까지 올려놓았다. 직접 전술을 수행하는 선수,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 모두 '익수볼'에 매료됐다. 수비적인 스리백 전술이 판을 치는 K리그 판에서 익수볼은 센세이셔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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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안 감독이 사퇴를 선언한 지난 19일 대구전(2대2)을 포함해 최근 5경기 연속 무승 늪에 빠졌다. 승점 39점으로 4위를 달리지만, 2위 포항(49점)과 승점차가 10점이나 벌어졌고, 파이널 B그룹인 7위 대전(36점)과 승점차가 3점으로 좁혀졌다. 이대로면 다시 파이널 B로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대구전에서 팬들이 '익수 아웃'을 외쳤다.
서로를 향해 박수를 쳐주며 갈라설 수 있었다. 하지만 안 감독은 대구전에서 서울팬의 야유에 거친 항의의 제스처로 맞섰다. 평소 '수호신(서울 서포터)'을 위해 뛰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던 안 감독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구단과 협의없이 사퇴 선언문을 읽어내려갔다. 사람은 마지막 모습으로 기억된다. 베테랑 지도자의 마지막은 씁쓸함만을 남겼다. 서울은 22일 안 감독의 사의를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다음 울산전부터 김진규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 예정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