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HD와 제주 SK FC의 K리그1 2025 경기. 제주가 1대0으로 승리했다. 울산은 패했으나 9위로 잔류를 확정했다. 경기 후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하는 울산 선수들의 모습. 울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1.30/
[울산=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울산 HD는 극적 잔류에도 '치욕의 2025',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틀리지 않았다. '팬심' 그대로 울산의 2025년은 치욕이었다.
울산이 천신만고 끌에 승강 플레이오프(PO)를 피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9위를 지켰다. '잔류를 당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울산은 30일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SK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최종전서 0대1로 패했다. 쉴새없이 골문을 두드렸지만 상대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제주의 '특급 조커' 김승섭이 후반 44분 울산 골네트를 갈랐다.
그런데 광주FC가 울산을 도왔다. 광주가 수원FC를 1대0으로 꺾으면서 울산의 '경우의 수'가 사라졌다. 수원FC가 승리할 경우 울산은 10위로 떨어지는 운명이었다. 울산은 승점 44점, 수원FC는 42점을 기록했다.
울산은 지난해 K리그1 3연패를 달성하며 '왕조의 문'을 열었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했다. 하지만 환희는 1년도 가지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참가로 흐름이 끊기긴 했지만 감독을 두 명이나 교체하는 '악수'로 스스로 무너졌다.
'우승 사령탑'인 김판곤 감독에게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악수였다. 수뇌부의 판단으로 신태용 감독을 '낙하산' 선임한 것은 명백한 오판이었다. 노상래 감독대행이 '소방수'로 등장했지만 이미 동력을 상실한 뒤였다.
울산문수축구경기장/ K리그1/ 울산HDFC vs 광주FC/ 울산 이청용 득점/ 골 세레머니/ 사진 김정수
30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HD와 제주 SK FC의 K리그1 2025 경기. 제주가 1대0으로 승리했다. 울산은 패했으나 9위로 잔류를 확정했다. 경기 후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하는 울산 정승현의 모습. 울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1.30/
신 감독이 떠난 직후 이청용의 '골프 세리머니'가 도마에 올랐다. 우연이 아니었다. 사실 울산은 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얼마안돼 주의와 개선을 요청했다. 신 감독의 시간이 10년전에 멈춰있는지는 모르지만, 예전 대표팀에서 함께했던 선수들은 이미 고참이 됐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어린 선수들인 듯 했다. '과한 애정'으로 뺨을 때리고, 옷으로 머리를 때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어린 선수들의 경우 지시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발을 밟은 상태에서 호각을 불렀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한 선수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해 정강이를 차였다는 제보도 있었다.
결국 터져야 할 것이 터졌다. 신 감독의 폭행 주장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신 감독은 10월 초 울산 사령탑직에서 물러났다. 2개월 만에 도중하차한 신 감독이 울산을 향해 '돌'을 던졌지만 울산은 침묵했다.
울산의 2025년 K리그1이 막을 내렸다. 악몽이었다. 하지만 새 출발을 위해선 묵은 아픔도 털어내야 한다. 정승현이 '대표'로 섰다.
그는 경기 후 팬들에게 사과했다. 정승현은 "일단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 그냥 마음에 있던 진심을 좀 전달드리고 싶었다. 많이 응원해 주신 팬분들한테 가장 죄송한 마음이고 그게 사실이라 전달을 잘 하고 싶었는데 말 주변이 없어서 잘 제대로 전달됐는지 모르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울산문수축구경기장/ K리그1/ 울산HDFC vs 제주SKFC/ 울산 신태용 감독/ 취임 기자회견/ 사진 김정수
30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HD와 제주 SK FC의 K리그1 2025 경기. 제주가 1대0으로 승리했다. 울산은 패했으나 9위로 잔류를 확정했다. 경기 후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하는 울산 정승현의 모습. 울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1.30/
울산 유스 출신인 정승현은 알와슬(아랍에미리트)과의 동행을 끝내고 지난 7월 전격 복귀했다. 그는 '괜히 돌아왔다는 생각은 안했느냐'는 질문에 "솔직히 그런 마음이 생길 법도 한데 이렇게 안 좋은 상황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래도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되고 내가 팀을 살려야 된다는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며 "혹시라도 내가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팀은 망가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자란 구단이고, 애정이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딱히 하지 않았다"고 했다.
뺨을 맞은 선수가 정승현이었다. 신 감독은 울산 선수단 상견례 때 정승현의 뺨을 때렸다. 그 영상이 축구계에 돌아다녔다. 1994년생인 정승현은 고참이고, 한 가족의 가장이다. 신 감독과 2016년 리우올림픽을 함께했지만 9년 전의 과거다.
정승현은 "일단 주장단과 (이)청용 형 그리고 구단이 입장문을 발표한다고 했기 때문에 그 입장문이 잘 발표될 거라고 생각을 하고 한다. 그 영상이 어떻게 돌아다니는지 모르지만 많은 분들이 저한테 걱정해 주시고 사실 부모님이 많이 속상해 하실 것 같다"며 "부모님이 직접 보시지는 않았지만 사실 겪었을 때는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상황들이 여러 번 있었다. 요즘 시대와는 좀 맞지 않고 사실 뭐 성폭력이든 폭행이라는 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해도 받는 사람 입장에서 그게 폭행이라고 생각을 하면 그렇게 되는 것이지 않느냐. 사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그랬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30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HD와 제주 SK FC의 K리그1 2025 경기. 울산 엄원상을 다독이는 이청용의 모습. 울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1.30/
그리고 "여러 가지 많은 문제들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이제 정확하게 입장이 전달될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다른 사건도 꽤 있었다. 신 감독이 선수 귀에다가 대고 호각을 불었다는 소문도 돌았는데, 정승현은 사실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정승현은 "너무 많아서 생각이 잘 안난다. 여러 가지 있다. 그런 부분을 지금 여기서 다 이야기하기는 것은 쉽지 않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선수들이 정말 많이 힘든 상황에 처해 있었고, 겪었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강조했다.
신 감독이 먼저 선수들을 향해 '돌'을 던진데 대해선 "나도 굉장히 당황했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해외 구단에 대해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자 "묻지 않아도 아실 것이다. 우리 외국인 선수들도 정말 쇼크를 받았을 것이다. 직접 물어보진 않았지만 여러 가지 많은 힘든 과정이 있었다"고 했다.
정승현은 "선수는 축구에 집중을 해야 되고, 경기, 훈련에 집중을 해야 하는데 정말 많은 선수들이 다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 외적인 스트레스가 많았다. 팬분들이 이번 시즌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지만 내부적으로 선수들도 많은 힘든 과정이 있었다. 그래서 선수들도 참 고생을 많이 했다고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정승현에 이어 믹스트존을 지나간 '캡틴' 김영권은 말을 아꼈다. 그는 "난 좀 참겠다. 구단과 얘기할 것이 남았다. 또 자리가 생기면, 그때 내 얘기를 하겠다. 더 정리해서 말하겠다"고 했다.
울산 구단은 물론 신 감독은 어떤 식으로든 입장 발표가 필요해 보인다. 울산=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