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FC 시절 안태현과 제주 SK 시절 안태현. 안태현은 4년만에 부천으로 돌아간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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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검증된 측면 수비수' 안태현(33)이 4년만에 부천FC 유니폼을 다시 입는다.
이적시장 관계자는 2일, "2025시즌을 끝으로 제주 SK와 계약이 만료된 안태현이 자유계약(FA)으로 승격팀 부천에 입단했다. 일찌감치 이적을 확정짓고, 현재 발표만 남겨뒀다"라고 밝혔다. 안태현은 지난해 12월31일 제주 공식 SNS를 통해 제주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안태현의 부천 재입단이 발표되면 라이벌을 오가는 K리그 역사상 보기 드문 커리어가 완성된다. 유럽에서 프랑스 출신 미드필더 폴 포그바(현 AS모나코)가 맨유-유벤투스-맨유-유벤투스를 오간 적이 있지만, 맨유와 유벤투스는 리그가 다를뿐더러 라이벌도 아니다.
반면 부천과 제주는 다르다. 부천과 제주는 '연고지'와 관련된 악연으로 얽혀있다. 제주 구단이 2006년 돌연 연고지를 부천에서 제주로 이전하면서 '더비'가 형성됐다. 졸지에 지역팀을 잃은 부천팬들이 합심해 지금의 부천FC를 만들었다. 2020시즌을 앞두고 부천 부주장 임동혁이 부천에서 제주로 이적한 데 이어 2020시즌 양팀이 K리그2에서 '연고지 이전 더비'를 펼치며 더비 열기가 들끓었다. 안태현의 이적은 부천팬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겪이었다. 안태현은 2016년 서울 이랜드에서 프로데뷔해 2017년 당시 K리그2에 있던 부천에 입단했다. 부천에서 세 시즌 동안 풀백, 윙백, 중앙 미드필더, 공격형 미드필더 등을 가리지 않고 대체불가 역할을 했다. 2020~2021년 김천 상무 소속으로 뛰며 K리그1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부천팬은 당시 12월 초 안태현의 이적이 성사되자, 구단 사무실로 "역사를 잊은 구단에겐 팬도 미래도 없다"라고 적힌 근조화환을 보내며 분노를 표출했다. 부천 구단은 이례적으로 구단 여건상 이적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는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발표했다. 제주는 트레이드 카드를 빼든 다른 팀과 달리 두둑한 이적료를 부천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태현은 "부천을 떠나는 결정은 쉽지 않았지만,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다"라고 양해를 구하고 제주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안태현은 이적 첫 시즌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2023년부터 3시즌 동안 특유의 왕성한 에너지와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제주의 양 측면을 책임졌다. 2024시즌엔 커리어 하이인 4골(33경기)을 폭발하며 제주의 '하스왕'(7위) 달성에 기여했다. 2025시즌엔 25경기를 뛰어 2도움을 남겼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시즌 후반기 부진에 빠진 안태현이 시즌 후 미래를 고민할 때, 부천이 손을 내밀었다. 부천은 2025시즌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수원FC를 꺾고 창단 첫 1부 승격을 이룬 후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시장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장시영 티아깅요, 김규민 등이 윙백 포지션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지만, 1부에서 경쟁하려면 1부에 걸맞은 풀백(윙백)을 보강할 필요가 있었다. 안태현은 1, 2부를 통틀어 269경기를 뛴 경험을 장착했다. 장시영은 원소속팀인 울산 HD로 임대 복귀했다. 안태현은 계속 1부에서 뛰길 원했고, 이영민 감독은 '제자' 안태현의 합류를 바랐다.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안태현은 2022년 제주 입단 후엔 리그 레벨이 다른 부천을 상대할 일이 없었지만, 2026시즌엔 K리그1에서 처음으로 펼쳐질 '연고지 이전 더비'에서 제주의 옛 전우를 적으로 상대할 잔인한 운명 앞에 놓였다. 부천팬들이 돌아온 안태현을 어떤 감정으로 받아줄 지도 관심사다.
부천과 제주는 감정의 골이 깊은 사이지만, 그간 선수 교환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이영민 감독은 제주에서 백업 역할을 하던 골키퍼 김형근, 브라질 윙어 갈레고를 영입해 지난시즌 주력 멤버로 활용했다. 제주 캡틴 이창민은 2014년 부천에서 프로데뷔 후 2016년 제주로 이적해 리빙 레전드의 길을 걸었다. 제주 미드필더 오재혁은 2021년 부천에서 프로데뷔해 전북, 성남을 거쳐 2025년 제주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이적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겨울 이적시장 기간에 제주-부천간 이적이 또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