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0대 명산 찾기-99차 구봉산] 1봉에서 봄을, 9봉에서 겨울을 맞다

기사입력 2013-03-18 16:23

<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한국 100대 명산 찾기-99차 구봉산>








구봉산 산행에 함께 한 미국인 코트니 그레이스씨(왼쪽)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압둘라 알라즈라니씨.





'9개의 봉우리, 99가지의 즐거움.'

지난 2005년 1월 지리산을 시작으로 매달 전국 곳곳의 명산을 누볐던 '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한국 100대 명산 찾기'는 마지막 방점을 찍기 바로 직전인 이번 달 99번째 산행지로 전북 진안의 구봉산을 찾았다.

시작이 있으면 당연히 끝도 있는 법. 그 아쉬움을 달래주려는 듯, 그동안의 지친 발걸음을 보듬어 주려는 듯, 그러면서도 먼 길 떠나는 자식에게 뭐라도 챙겨주려는 부모의 마음인양 산행의 즐거움을 한꺼번에 느끼게 하려는 듯, 구봉산은 그렇게 우리를 맞았다.

지난주 토요일, 전국은 초여름 더위였다. 기상 관측 이래 3월 상순 최고의 기온, 구봉산을 오르기 전날이기에 느낌이 남다르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은 기온이 20도 이상 뚝 떨어지고 바람까지 살살 분다. 그 덕분인지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맑고 쾌청했다. 최근 몇개월간의 산행에서 보기 힘들었던 푸른 하늘에 마음까지 들뜬다.


구봉산장 앞에서 들머리를 잡았다. 산 정상까지 2.6㎞라는 이정표가 반긴다. 그러나 다른 산행에 비해 가벼울 것이란 생각은 말 그대로 착각에 불과했다. 짧은 거리에 많은 고도를 올려야 하니 초반부터 급경사길이다. 발밑에 낙엽은 여전하지만 새 생명의 기운이 조금씩 움튼다.

연봉이 시작되는 능선부터 전망이 활짝 트였다. 1봉부터 오르내림이 만만치 않다. 2봉과 3봉을 지난 후 4봉부터 암봉 산행의 묘미가 제대로 펼쳐졌다. 길 옆으로 줄이 계속 놓여져 있지만, 오르막길에선 두손과 두발을 모두 활용해야 할 정도였다. 발길은 늦어지고, 숨소리는 높아진다. 봉우리에 올라 뒤를 돌아보니 이미 지나온 봉우리를 아슬아슬하게 내려오는 참가자들이 까마득하다. 자연이 허락한 길에 순응하는 인간의 모습이 무척 아름다워 보였다.

5봉에 위치한 쉼터에 이르자 소나무와 하늘, 그리고 연달아 펼쳐진 산 그리메의 조화가 눈이 부실 정도다. 이번 산행에 동참한 미국인 코트니 그레이스씨는 "3년 전에 이 땅에 왔는데, 아름다운 한국의 산에 흠뻑 빠졌다"며 "설악산의 공룡능선을 4번이나 다녀왔는데, 구봉산 산행도 이에 못지 않은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압둘라 알라즈라니씨도 "고향은 고원지대가 거의 없는 사막뿐인데, 한국은 여기저기에 산이 있어 너무 매력적"이라며 힘차게 발길을 재촉했다.

사실 이렇게 끝났다면 조금 아쉬울 뻔 했다. 산행의 진수는 여기부터였다. 돈내미재를 지나 협곡에 이르자 쌓인 눈이 녹아 흘러내리다 다시 얼어 형성된 거대한 얼음기둥이 길 앞을 막아섰다. 게다가 철계단에는 여전히 얼음으로, 그리고 전망대에서 마지막 9봉이자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눈이 가득했다.

힘겹게 정상에 다다르자 남쪽으로 아득하게 지리산의 능선이 한 눈에 들어왔다. 100번째 산행지는 제주도의 한라산. 따라서 뭍에서의 마지막 여정이라고 생각하니 좀처럼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급경사길을 내려오니 겨우내 숨죽였을 계곡물이 힘차게 흘러 내리고 있었다.

산에는 사계절이 공존한다고 하는데, 짧은 시간 속에 구봉산은 모든 것을 펼쳐냈다. 의료담당을 하며 99번의 산행 가운데 무려 97번이나 함께 했던 약사 남기탁씨는 "그동안의 산행을 총정리해주는 것 같다. 구봉산이 99가지의 즐거움을 준 '종합선물세트'처럼 느껴졌다"며 남다른 감회를 털어놨다.

구봉산의 '베품'으로 넉넉해진 마음을 안고 한국 100대 명산 찾기는 대장정의 막을 내리기 위해 다음달 한라산을 찾는다.
구봉산(진안)=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구봉산 산행에는 대한산악연맹 부회장이자 월간 마운틴 사장인 남선우 대표가 참가, '우리은 왜 산을 찾나?'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남 대표는 "등반은 무형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이중성으로 인해 여러 의견이 있다"며 히말라야 14좌 완등 여부를 두고 논란을 빚었던 여성 산악인 오은선씨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남 대표는 "산행을 통해 나만의 정상을 계속 만들고 창의적으로 이를 개척하면서 나름의 성취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봉산은?>

전북 진안군에 위치해 있으며, 뾰족하게 솟구친 9개의 봉우리에서 산 이름이 나왔다. 가장 높은 장군봉에 올라서면 북으로는 운장산이 보이고 남으로는 멀리 덕유산과 지리산까지 눈에 들어온다.

<산행 참가자>

서미정 박규남 이민숙 김계연 최솔잎 김지영 김찬웅 유병현 백은기 조창남 김대식 백경호 김성원 코트니 압둘라 김은희 이기령 김 철 박진형 최종필 원해호 권영주 한윤덕 홍현식 박선이 이재서 고종석 홍모래 유동민 김진영 권경업 이광재



'한국 100대 명산 찾기'가 마지막 100번째 산행에 나섭니다. 2013년 4월 13~14일에는 제주도 한라산(1950m)을 찾을 예정입니다. 노스페이스 홈페이지(www.thenorthfacekorea.co.kr)의 '카페' 코너를 방문, '한라산'을 클릭해 접수하면 됩니다. 신청은 이번달 15일 오후 6시까지 받습니다. 이 가운데 40명을 선정해 산행에 초대합니다. 또 역대 참가자 가운데 자비 부담으로 한라산 산행에 함께 할 선착순 100명도 15일까지 신청을 받습니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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