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대출 규제 이후 쏠림 현상…돈되는 아파트에 청약 몰린다

기사입력 2016-07-20 15:33


정부가 지난 1일 시행한 중도금 대출규제 이후 부동산 청약시장의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인기단지에는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는 반면 그렇지 않은 곳에선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상태다.

중도금 대출 건수가 1인당 2건, 총금액은 6억원(지방은 3억원)으로 제한되면서 제대로 된 아파트를 잡으려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20일 금융결제원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해 중도금 대출 규제 대상이 된 전국 16개 아파트(단지 수 기준) 가운데 56.3%인 9개 단지가 1순위에서 마감됐다. 7월 초 청약을 받았지만 지난달 말 입주자 모집공고를 끝내 대출 규제를 피한 12개 단지의 경우 83.3%인 10개 단지가 1순위에서 마감된 것과 비교해 1순위 마감 비율이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수도권 공공택지 등 소위 '돈이 될 만한' 아파트에는 청약자들이 여전히 몰려들고 있다. 호반건설이 지난 13일 경기도 고양시 향동공공택지지구에 공급한 '고양 향동 호반베르디움'은 7일 입주자모집공고를 해 중도금 대출 규제 대상이었지만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4.3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했다. 특별공급을 제외한 일반분양 물량 1542가구에 3만7613명이 청약 접수를 했다. 2003년 이후 고양시에서 분양한 아파트 가운데 최고 경쟁률이다. 당첨 부적격자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받아놓은 분양 대기자 명단(일명 내집마련신청자)도 1500명에 달했다.

남양주 다산신도시 진건지구 C-2블록에서 271가구를 공급한 한양수자인2차도 중대형인데다 중도금 대출 규제 등으로 청약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6547명이 청약 신청에 나서며 24대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됐다. 분양가 경쟁력이 있다 보니 전매 차익을 노린 수요에다 중소형 주택 보유자들이 중대형으로 갈아타려는 실수요자가 증가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청약한 세종 신동아 파밀리에는 청약 경쟁률이 평균 201.7대 1, 최고 2097대 1을 기록하며 세종시 분양 사상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중도금 대출 규제 대상이지만 세종시 우선공급 대상이 100%에서 50%로 축소되는 등 청약자격이 완화되면서 전국 단위에서 청약자들이 몰렸다.

택지지구가 아니거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아파트는 청약 미달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SK건설이 지난 14∼15일 청약한 인천 연수구 송도에서 분양한 SK뷰 아파트 253가구는 1순위와 2순위에서도 모집가구수를 채우지 못하고 273가구가 미달됐다. 대출 규제에다 송도 인근의 조합아파트를 비롯해 공급물량이 증가하면서 과잉공급 등이 미달 원인으로 꼽힌다.

경기 용인도 청약 성적이 신통치 않다. 지난 5일 입주자모집공고를 해 대출 규제 대상이 된 용인 기흥구 신갈동 신흥덕 롯데캐슬레이시티는 총 1584가구중 351가구가 2순위에서 미달됐다. 대출 규제 대상인 용인 수지구 신봉동 동도센트리움도 총 184가구 중 84가구가 2순위에서 미달해 청약률이 52.7%에 그쳤다.

부동산업계는 인기 지역에 청약 수요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계속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출이 제한돼 중도금 대출을 못 받게 되면 통장 1순위 자격만 잃게 될 수 있어 예전만큼 자유롭게 청약에 나서기 어려워졌다"며 "입지여건이 좋고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단지만 청약하는 쏠림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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