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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벤처시대? 62%가 3년 내 퇴출

이규복 기자

기사입력 2017-02-15 10:47


한국의 창업소요기간은 4일이다. 10년 전만 해도 22일(세계 116위)이던 창업절차가 빨라지며 벤처기업수는 사상 최대인 3만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창립 후 3년을 넘기는 기업은 겨우 3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5일 '통계로 본 창업생태계 제2라운드' 보고서를 통해 3만 벤처시대가 열리는 등 창업 1라운드는 성공을 거뒀지만 62%는 3년을 못 버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창업장벽은 크게 낮아졌다. 세계은행의 국가별 기업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창업 등록단계는 12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됐고, 소요시간은 22일에서 4일로 줄었다. 스타트업 천국인 미국의 5.6일도 앞질렀다.

우리나라 창업부문 경쟁력 순위도 2006년 116위(175개국 대상)에서 2016년 11위(190개국)까지 껑충 뛰었다. 이 같은 창업지원 인프라에 힘입어 벤처기업 수는 사상 최대치인 3만개를 넘어섰다.

하지만 창업 3주년을 넘기는 기업은 전체의 38%에 불과했다. 10곳 중 6곳 이상의 벤처기업이 다음 라운드에 오르지 못한 채 좌절하는 셈이다. OECD 비교에서도 스웨덴(75%), 영국(59%), 미국(58%), 프랑스(54%), 독일(52%) 등에 크게 뒤처져 조사대상 26개국 중 25위를 기록했다.

2라운드 진입의 최대 장벽으로는 '민간중심 벤처투자 생태계 미비'와 '판로난' 등을 꼽는다. 실제로 민간 벤처투자를 나타내는 '엔젤투자' 규모는 2014년 기준 834억원으로 미국(25조원)의 0.3%에 그쳤다. 투자금 회수환경이 불리한 점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미국 나스닥 상장에는 6.7년 걸리지만 한국 코스닥 상장에는 평균 13년이 걸린다"며 "법인사업자의 80% 이상이 10년 안에 문 닫는 상황에서 13년 후를 기대하며 자금을 대는 투자자를 찾기 힘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더불어 벤처기업은 일반적으로 기술역량은 높지만 제조역량과 마케팅역량이 낮다.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기술상용화 가능성만으로 창업한 후 시장출시를 전후해 대기업 등에게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투자자금을 조기회수하고 있다. M&A를 통한 자금회수비중이 유럽은 51%에 달하지만 우리는 1.3%에 불과하다. M&A 거래 규모도 한국은 875억달러로 미국의 1/22 수준이다.


신현한 연세대학교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국내 대기업이나 해외 다국적기업의 투자를 통해 민간자본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성장에 필요한 자원이 지속적으로 공급돼 보다 성공적인 벤처가 나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국적인 유통망이나 해외수출경험 부족도 문제다. 벤처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벤처기업의 65.6%가 국내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고, 74.9%는 '해외에 수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창업 자체만 촉진하는 방식보다 끊임없이 가치를 창출해내는 기업들을 육성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정부정책방향을 스타트업에서 스케일업으로 레벨업 할 때"라고 말했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대한상공회의소 자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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