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집단 총수(오너) 일가 구성원들이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대출한 금액이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식 담보 대출 금액은 지난해보다 2조원 이상 늘었다. 관련 업계는 최근 주요 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영향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2조5000억원에 비해 92%나 늘어난 액수인데, 삼성과 현대중공업·LG그룹 등의 상속과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오너 일가의 주식 담보 대출 금액이 가장 많은 그룹은 삼성이다. 삼성 오너 일가는 계열사 보유 지분 중 약 7%를 담보로 제공해 1조7171억원을 대출받았다.
삼성 일가의 주식 담보 대출은 대부분 상속세 납부를 위한 것이다.
다음으로는 SK그룹의 오너 일가 8명이 계열사 주식 40.1%를 담보로 6068억원을 대출받은 상태다. 최태원 회장이 SK 주식을 담보로 3565억원,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900억원, 최재원 SK수석부회장이 600억원을 각각 담보 대출 중이다.
현대중공업도 최근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장남 정기선 사장이 현대중공업지주 보유 지분의 45.1%를 담보로 제공하고 각각 3215억원, 500억원을 빌렸다.
LG그룹은 그룹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친족 일가 25명 중 4명이 보유 지분의 17%를 담보로 2361억원을 대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LG 보유지분의 58%를 담보로 1291억원을 빌렸고 구광모 회장은 지분의 3.5%를 담보로 580억원을 대출했다. 고 구본무 회장의 장녀 구연경씨도 보유 지분 14%를 담보로 450억원 대출 중이었다.
롯데그룹은 지분을 보유한 오너 일가 중 신동빈 회장만이 롯데지주 보유 지분의 54%를 담보로 1841억원, 롯데쇼핑 주식의 24%를 담보로 400억원 등 총 2241억원을 대출받았다.
두산그룹은 박정원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친족 일가 19명 모두가 보유 지분의 87%를 담보로 총 1639억원을 대출했다.
10대 그룹 중 오너 일가의 보유 주식 담보 대출이 없는 그룹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유일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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