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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앞둔 산불피해지] ① "곳곳 산사태 위험"…땜질대책에 주민 불안

기사입력 2025-06-19 07:56

(영양=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지난 17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답곡2리 마을회관 인근 주택 뒤편에 산사태 방지 옹벽이 설치돼 있다. 그 터에는 불에 탄 주택이 철거되고 잡초가 자라있다. 2025.6.17 psjpsj@yna.co.kr
(영양=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지난 17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답곡2리 마을회관 인근 주택 뒤편에 산사태 방지 옹벽이 설치돼 있다. 2025.6.17 psjpsj@yna.co.kr
(영양=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지난 17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답곡2리 이상학 이장이 산사태를 걱정하며 능선을 바라보고 있다. 2025.6.17 psjpsj@yna.co.kr
(청송=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지난 17일 경북 청송군 청송읍 달기약수터 인근 식당 뒤편에서 옹벽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5.5.17 psjpsj@yna.co.k
(청송=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지난 17일 경북 청송군 청송읍 달기약수터 인근 주차장에 산불로 훼손된 차량이 방치돼 있다. 그 앞 도로 옆 능선에는 낙석방지망이 설치돼 있다. 2025.6.17 psjpsj@yna.co.kr
"일부 옹벽 쌓았지만, 사각지대 많아 산사태 크게 나면 무용지물"

"낙석방지 그물망이라도 있었으면"…"마음 급해 자비 들여 공사"

[※ 편집자 주 = 지난 3월 대형 산불 피해를 본 경북 북부 5개 시·군이 본격적인 장마철이 다가오면서 산사태와 하천 오염 등 2차 피해 우려로 또 시름을 앓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 주민은 '산불의 악몽'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또 다른 재난이 덮칠까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산사태 등이 우려되는 산불 피해 현장을 다시 가보고, 지자체의 대응 방안 등을 다룬 기사 2건을 송고합니다.]

(영양·청송=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비만 오면 토사가 흘러내리는 곳인데 산불 이후에 정도가 더 심해져서 이번 장마철이 걱정입니다."

지난 17일 오전 찾아간 경북 영양군 석보면 답곡2리.

새까맣게 변해버린 산림 아래 밭에서 산사태 방지용 석재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답곡2리는 지난 3월 경북 일대를 휩쓴 초대형 산불로 "마을이 통째로 사라졌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피해가 컸던 곳이다.

이상학 답곡2리 이장은 "이번 산불 피해 권역이 워낙 넓어서 모든 곳에 산사태 방지 시설을 설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곳곳에 산사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며칠 전에 비가 많이 내렸는데 빗물이 골을 만들어 흙과 돌이 아래로 흘러내렸다"며 "장마 시기를 맞아 걱정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이상학 이장과 함께 둘러본 답곡2리는 산림으로 둘러싸인 골짜기 형태의 마을이었다.

줄지어 자리 잡은 민가 양옆을 따라 능선이 있었고, 능선 위 나무는 산불로 검게 변했거나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산사태에 취약해 보였다.

그 아래로는 산불 이재민들이 거주하는 임시주택들도 보였다.

불에 타버렸던 주택이 철거되고 남은 터에 녹색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나 시간의 흐름도 실감케 했다.

경북도와 영양군이 산사태 방지를 위해 쌓아둔 옹벽도 곳곳에 보였다.

답곡2리 마을회관 뒤편에도 옹벽이 설치됐는데 주민들은 "땜질식 조치"라고 지적했다.

한 주민은 "옹벽을 쌓았지만, 사각지대가 많아서 산사태가 크게 나면 무용지물일 것"이라며 "불안해서 호우시 주민들이 마을회관으로 대피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능선 아래에 창고 건물과 외국인 계절근로자 숙소가 있는 곳도 있는데 임도를 끼고 있어서 옹벽을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에 민원을 넣었는데도 아직 회신이 없다. 낙석방지 그물망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이러다 산사태가 나서 근로자들이 다칠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사유지는 산사태 방지 시설 설치를 위해 소유주 동의가 필요한 점도 걸림돌이다.

이상학 이장은 "노인 경로당 뒤편 산림은 소유주가 고령인데다 본인은 물론 친지들과도 연락이 닿지 않아서 동의 여부를 묻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마철에 비가 많이 내려서 산사태 위험이 커지면 주민들 모두 대피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인 것 같다"며 "주민들도 대형 산불을 경험했기 때문에 협조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산불로 피해를 본 관광지 상인들도 산사태 걱정이 크긴 마찬가지였다.

이날 청송군 청송읍 달기약수터 일대에서는 산사태 방지를 위한 옹벽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주요 도로 옆 능선에는 '낙석 발생 위험이 매우 높으니 안전운전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고, 철조망과 일부 구간에 낙석방지망이 설치됐다.

골짜기 속에 자리 잡은 지형인 달기약수터 주변은 국토교통부의 특별재생지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산불 피해가 컸던 곳이다.

식당 사장 A씨는 자비를 들여 식당 건물 뒤편에 옹벽을 쌓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청송군에 산사태 방지 공사를 해달라고 민원을 넣더라도 당장 해결해준다는 보장도 없고, 장마철은 다가오니 마음이 급해서 자비를 들여서 공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별재난지역에 지정됐다고 하는데 주택 피해를 본 주민이 아니라 장사하는 상인은 큰 도움을 못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달기약수터 바로 옆에서 식당을 하던 상인 문모(60대)씨는 철거 후에 남겨진 식당 터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문씨도 식당 터 뒤편에 자비 2천만원을 들여 민간 업체에 옹벽 공사를 맡겼다고 했다.

문씨는 "식당 건물을 다시 지으려고 해도 장마철에 산사태가 나면 무용지물이니 옹벽을 쌓고 있다"며 "청송군에서는 불에 탄 나무를 베어내고 일부 구간에 석재를 설치해준 게 전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산사태가 나면 20m가량 떨어진 달기약수터까지 덮칠 수 있다"며 "약수터가 피해를 보면 관광지 자체가 타격을 입는다"라고 우려했다.

경북 산불로 함께 피해를 본 안동시와 의성군, 영덕군 주민들도 산사태 걱정을 나타내긴 마찬가지다.

경북도는 지난 4월 안동시 길안면 등 7개면, 의성군 단촌면 등 7개면, 청송군 청송읍 등 3개 읍면, 영양군 석보면 등 2개면, 영덕군 영덕읍 등 3개 읍면 총 132곳을 산사태 등 2차 피해 예방 응급 복구 지점으로 지정했다.

현재 132곳을 대상으로 한 옹벽 설치와 위험목 제거 작업 등은 마무리됐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권역에 안전조치를 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경북도는 이 때문에 12시간 예보제 시스템을 가동, 누적 강우량 200㎜와 일 강우량 50㎜ 이상일시 즉시 산불 피해지역 주민을 대피시킬 계획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피해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해당 시군과 민가 위주로 옹벽 건설이나 방수포 설치 등 응급조치를 계속 진행 중"이라며 "시간이 많이 소요될 예정이지만 산사태 방지 사방댐 설치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psjp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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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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