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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여름철 불청객 '러브버그' 익충일까 해충일까

기사입력 2025-07-01 08:01

(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30일 오전 인천 계양구 계양산 정상이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들로 뒤덮여 등산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2025.6.30 soonseok02@yna.co.kr
[서울시 카드뉴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서울과 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가 급증하면서 방충·살충 용품이 인기다. 사진은 2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방충용품을 살펴보는 시민들. 2025.6.29 jin90@yna.co.kr
익충·해충은 상대적 개념…서울시민 86% "대량 발생하면 해충"

질병 옮기지 않아 관리 부재…"'유행성 도시 해충'으로 관리해야"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기자 = 최근 여름철마다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일명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의 집단 출몰이 반복되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러브버그는 도심과 주택가, 산림을 가리지 않고 무리 지어 나타나 차량과 사람에 달라붙거나 시야를 가리며 불쾌감을 주고 야외 활동에 장애를 일으킨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유해 곤충이니 당장 퇴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지만, "생태계에 유익한 익충이라 어쩔 수 없다"는 반론도 눈에 띈다.

러브버그는 과연 익충일까 해충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러브버그는 생태학적으로는 이로울 수 있으나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할 경우 인간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는 입체적인 곤충이다.

이 때문에 러브버그와 동양하루살이 등 몇 년 사이 도심을 장악해 생활에 불편을 주는 곤충에 대한 새로운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 익충·해충은 상대적 개념…시민 86% "대량 발생하면 해충"

러브버그는 파리목 털파리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암수가 꼬리를 맞댄 채 함께 날아다니는 독특한 모습 때문에 이런 별칭이 붙었다.

중국 남부 지역과 일본 오키나와에서 주로 4∼5월, 9∼10월 발생하며, 국내에 발견되는 것은 해외 유입종으로 추정된다. 2022년부터 서울 서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수도권 일대에서 떼를 지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러브버그는 성충 상태로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출현한다. 유충으로 월동한 뒤 6월경 번데기가 된다. 성충은 장마가 시작될 무렵 집단 출몰해 2주가량 개체 수가 증가하고, 3∼6일 동안 살아가며 산림 사이 또는 주변의 열린 공간에서 짝짓기한 후 흙 표면에 한 마리당 300∼500개의 알을 낳는다.

러브버그가 익충인지 해충인지를 두고 논쟁이 있는 이유는 '익충'과 '해충'이 고정된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발생 장소, 개체 수,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대적·주관적 분류다.

예를 들어 꿀을 만들고 식물의 수정을 돕는 꿀벌은 대표적인 익충으로 여기고, 모기나 바퀴벌레는 질병 전파와 위생 문제로 인해 해충으로 간주하는 식이다.

러브버그가 익충이라는 관점에서는 이 곤충이 독성이 없고, 사람을 물거나 병을 옮기지 않으며, 꽃꿀이나 수액을 섭취해 식물의 수분을 돕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농작물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는 보고도 없다. 실제로 서울시나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홍보자료에서는 러브버그를 '익충'으로 소개하곤 했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의 인식은 다르다.

'서울시 유행성 도시 해충 확산 실태와 대응 방안'(2024) 보고서에 따르면, 러브버그는 서울 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바퀴벌레(66%), 빈대(60.1%)에 이어 세 번째로 '보기만 해도 싫거나 무서운' 곤충으로 꼽혔다. 또 응답자의 86%는 러브버그를 두고 "이로운 곤충이라 하더라도 대량 발생하면 해충으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러브버그는 두 마리가 붙어 떼로 몰려다니며 인간에게 달라붙는 자체가 혐오·불쾌감을 유발한다. 자동차 유리에 붙어 안전 문제를 불러오기도 하고 사체가 쌓이면 산성을 띤 내장이 건축물과 자동차 등을 부식시키기도 한다. 식당, 카페, 편의점 등 업장에 피해를 주어 매출 감소 같은 경제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러브버그로 골머리를 앓는 건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1950년대 멕시코만을 통해 유입된 러브버그가 토착화하면서 이를 '불쾌 해충'(nuisance pest)으로 분류하고 있다. 최근 한 국내 연구는 현재와 같은 추세로 기온이 상승할 경우 2070년께 한반도 모든 지역에서 러브버그가 확산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 질병 옮기지 않아 관리 부재…"'유행성 도시 해충'으로 관리해야"

러브버그는 질병을 옮기는 전통적인 의미의 해충에는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현행 법령에서 이들을 직접 관리할 근거가 부족하다.

국내 및 서울시의 해충 관리 관련 법령을 살펴보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서울특별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등에서 질병 매개 곤충의 관리만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자치구 차원에서의 자체적인 방역도 대부분 모기, 바퀴벌레 등 위생 해충에 집중돼있다.

살충제를 사용한 방역도 어렵다. 무분별한 화학 방역은 생태계에 역효과를 줄 수 있고, 러브버그의 천적인 사마귀나 거미 등도 함께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은평구 등 일부 지자체는 화학적 방역을 자제하고 광원과 유인제를 활용한 포집기를 시범 설치해 운영 중이다.

서울연구원은 러브버그를 '유행성 도시 해충'으로 칭하며 "질병을 매개하는 해충뿐만 아니라 급격하게 개체수가 증가하거나 시민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유행성 도시 해충도 관리 대상으로 확장해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관리 대상 범위를 '대량 발생해 시민에게 불쾌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곤충(러브버그, 동양하루살이 등), '대량 발생하지 않더라도 시민의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곤충' 등으로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binz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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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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