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등산동호회 회원이 등반대장의 지도로 암벽 하강을 하던 중 추락해 부상한 사고에서 등반대장의 과실이 인정돼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유 판사는 책임 범위를 70%로 제한해 피고가 원고에게 1억3천19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A씨는 2021년 3월 인터넷 카페 등산동호회 회원 C씨와 함께 암벽 등반 훈련을 위해 불암산을 방문했다가 같은 동호회 등반대장인 B씨를 만났다. 이들은 B씨 제안으로 난도가 더 높은 코스로 옮겨 훈련하게 됐다.
사고는 B씨가 빌레이어(확보자·로프 조작 기술을 이용해 등반하는 사람의 등산을 돕고 추락에 대비하는 사람)로서 암장 아래쪽에서 로프를 잡고, A씨가 하강하던 중 발생했다.
A씨는 약 7m 높이에서 추락했고, 요추 압박 골절 등 상해를 입었다.
A씨는 "빌레이어로 참여한 피고의 잘못된 지시 내지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고, B씨는 "당시 원고를 도왔을 뿐이며 사회적 상당성을 초과하는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 B씨가 어려운 코스를 제안한 점 ▲ 산악회에서 기초교육만 수료했던 원고는 당시 피고의 지시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순응할 수밖에 없던 것으로 보이는 점 ▲ 피고가 원고 측에 다른 팀의 로프가 걸려있는 암벽에 이중으로 로프를 설치하도록 한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의 과실을 인정했다.
특히 "피고는 원고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연히 원고에게 '앞자(등반로프)를 빼라'고 지시함으로써 원고가 추락하는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B씨는 A씨가 등산동호회 가입 시 "카페지기, 등반대장 등 함께 등반한 사람에게는 민·형사상 어떤 책임도 없다는 것에 동의한다"는 동의서에 동의했다고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위 동의서가 과실에 따른 모든 책임을 면제하는 내용으로 해석하기 무리가 있으며 사고 당일 등반은 산악회 정식 교육이나 등반이 아니었다"고 판시했다.
다만 "암벽 등반은 특성상 추락의 위험성이 항시 존재하고 원고는 자율적으로 결성된 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한 것을 계기로 사고 당일 등반하게 된 점, 피고가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원고에게 대가를 받지 않고 지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 점 등을 참작해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young86@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