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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사상 초유의 개막전 순연에 컵대회 파행까지.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결국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 제한, 외국팀 및 외국인 선수 참가 불허, 예비 명단을 포함한 세계선수권대회 등록 선수 출전 불허 조건으로 대회는 재개됐으나, 대표팀 차출이 많은 현대캐피탈은 대회를 뛸 선수 자체가 없는 상황. 이미 세계선수권 대표팀에 허수봉, 박경민, 신호진이 차출된 상태고 25인 후보 명단에 임성하, 황승빈, 정태준도 등록돼있다. 외국인 선수마저 뛰지 못하니 베스트6 조차 구성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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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구단 관계자는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지금 8명 밖에 뛸 수 없는 상태다. 아포짓스파이커와 리베로는 아예 없다. 첫 경기(OK저축은행전)때도 외국인 선수들이 빠져서 아포짓이 없는 바람에, 미들블로커가 공격까지 했다. 그런 상황에서 예비 엔트리까지 빠지면 (할 수가 없다)…. 팬분들께 정상적인 경기를 보여드릴 수가 없고, 상대팀에도 민폐다. 또 포지션이 다른 선수가 뛰면 부상 위험도 상당히 높아진다. 정규 시즌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불참 배경을 설명했다.
연맹은 "현대캐피탈의 잔여 경기는 FIVB 경기 규칙서 '제6.4.2항 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제 시간에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으면 규칙 6.4.1과 같은 결과로 부전패를 선고한다'에 따라 부전패 처리된다"고 밝혔다.
15일 천안 홈으로 이동 예정인 현대캐피탈 선수단은 다음달 일본 나고야 전지 훈련 전까지의 스케줄을 다시 확정해야 한다. 컵대회 역시 반쪽짜리 대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태국 초청팀도 한국까지 왔다가 경기를 못 치르고 가는 낭패를 봤고, 현대캐피탈이 빠지면서 V리그 소속 6개팀이 경쟁하게 됐다. 빠지는 선수들이 많다보니 긴장감도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잔여 일정 역시 전면 수정이 불가피 하다.
남자부 대회 전면 취소와 재개, 일부 팀의 참여 불가 선언이 이어지는 황당한 상황.
사실 비슷한 문제는 또 있었다. 바로 2025~2026시즌 정규리그 개막전 연기다. 사상 초유의 사태다. 오는 10월 1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남자부 개막전이 내년 3월 19일로 미뤄졌는데, 이 역시 규정 숙지 미흡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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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선수권은 9월 28일 끝나기 때문에 3주 후인 10월 20일부터 리그 시작이 가능하다. 연맹이 이 규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정표를 짰다가 개막전이 내년 마지막 경기로 밀리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다.
연맹이 이때도 FIVB에 읍소했으나, 모두 일괄되게 적용되는 규정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질 수가 없었다. 결국 이 경기는 내년 3월 19일 열리는데, 정규리그 개막전이 이런 황당한 착오로 인해 밀리는 경우는 배구 뿐 아니라 프로 스포츠 전체를 통틀어도 보기 힘든 사태다. 한 배구계 관계자는 "오랫동안 프로배구를 지켜봤지만 이런 경우는 생전 처음 본다. 국제적 망신이고, 구성원들까지 부끄러워지는 실수다. 정규 시즌 개막전 순연에 이어 컵대회까지 파행을 거듭하는 게 쉽게 납득이 안된다"며 연맹의 일처리에 아쉬움을 표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