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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품목관세 탓 데이터 입력 중복 가능성도"
의혹 제기 대상이 된 주요 업체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원래 미국 기업이었던 'GE 어플라이언시즈'의 현재 모회사인 중국의 하이얼이다.
월풀은 수입 서류들로부터 생성된 연방정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6월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가전제품들의 세관 신고 가격이 급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WSJ은 월풀이 제시한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중국산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의 평균 수입신고 가격이 올해 1∼5월에는 평균 21달러였으나 6월에는 9달러로 떨어지고 7월에는 8달러 미만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태국산 가스레인지의 평균 가격은 절반 미만인 175달러가 됐고, 한국산 세탁기는 평균 가격이 838달러에서 그 11분의 1인 73달러로 떨어졌다.
월풀은 이 수입 가전제품들의 소매가격은 수입신고 가격 하락에 상응하는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제품들에는 13∼60%의 수입관세율이 적용된다.
월풀은 이런 의혹 내용을 세관국경보호국(CBP) 등 정부 측과 공유했으나 정식 고발을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상무부에서 법무 담당 간부를 지냈으며 현재는 '록 크릭 트레이드'의 파트너로서 고객사 월풀에 무역 관련 법률 조언을 하는 대니얼 캘훈은 "이 행정부가 관세 회피에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처해서 미래의 잠재적 사기범들에게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WSJ에 말했다.
월풀의 의혹 제기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언급을 사양했으며 LG전자 측은 모든 미국 법률과 규제를 준수한다는 방침이 확고하다고 설명했다고 WSJ은 전했다.
GE 어플라이언시즈는 관세 법규를 진지하게 준수하고 있다면서 월풀의 주장이 부정확하다고 WSJ에 말했다.
예를 들어 GE 어플라이언시즈가 미국에 수입했다고 월풀이 주장한 제품들 중에는 특정 유형의 의류 건조기가 있으나 실제로는 그런 제품을 수입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GE 어플라이언시즈는 "우리는 경쟁의 가치를 인정하고 경쟁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유익하다고 믿지만, 월풀의 이번 공격은 자신들의 실적이 뒤처지는 데 따른 분풀이처럼 보인다"고 논평했다.
월풀은 이 회사 제품에 대한 수요 부진으로 주가가 올해 들어 20% 하락했다.
월풀은 미국에 판매하기 위해 생산하는 제품 중 80%를 미국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앞으로 미국 내 생산량을 더 늘릴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를 경제정책의 핵심 요소로 내세우면서, 수입관세 대폭 인상을 통해 정부 수입을 늘리고 미국 국내 제조업을 보호하는 한편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이런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관세 회피와 밀수 등 무역 사기를 단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월풀은 과거에도 외국계 경쟁업체들이 불공정 무역 관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한 적이 있으며, 2018년에는 수입 세탁기들에 대한 관세 부과를 끌어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트럼프 1기 당시에 미국에 세탁기 제조 공장을 열었다.
WSJ은 연방정부 통계를 검토한 결과 올해 여름에 일부 수입 가전제품의 수입 대수가 크게 증가하고 표시 가격은 낮아졌다고 소개했다.
세관업무 중개업체인 카고트랜스의 공동최고경영자인 넌지오 데 필리피스는 WSJ에 이런 상황이 데이터 입력 오류 탓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6월에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에 품목관세를 새로 매기면서 신고가 복잡해졌으며 이 탓에 일부 세관업무 중개업체들이 제품 수량을 중복해서 세어서 마치 수입 수량은 치솟고 대당 가격은 폭락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통계적으로 상례를 벗어난 수치가 포착되면 CBP가 대개 중개업체들에 연락한다고 말했다.
limhwasop@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