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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협력기본법 개정 발의…"국정과제인 무상원조 통합 외교부가 중심돼야"
지난달 케냐와 우간다의 ODA 현장을 시찰했던 이 의원은 "태극기는 대한민국 출장단 방문이 확정되고 급히 붙인 것 같고, 사실상 누가 지원한 사업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는 걸 확인했다"며 "현지인들은 한국이 보건·농업·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한다고 들었지만 어느 기관이 어떤 목표로 하는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ODA 예산은 2025년 기준 6조1천981억원에 달한다.
이 의원은 "현장을 둘러보니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들이 기관별로 흩어져 추진되며 정작 '대한민국의 이름'과 전략이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우간다 의회를 방문해보니 현지 관계자들이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 사업은 '한국 정부가 하는 사업'으로 인식했지만, 코피(KOFIH·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와 코피아(KOPIA·농촌진흥청의 해외농업개발협력사업)는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을 확인했다.
직접 찾은 코피 사업장에서는 출장 직전에 급히 부착된 태극기 포스터 외에는 국가 표식이 거의 없었고, 손 세정제가 비어 있는 등 관리가 부실했다. 코피아 사업장 앞 안내 표지판에도 태극기나 'Korea' 표식이 없었고, 현지인조차 "누가 지원하는 사업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각 기관이 제각기 사업을 기획하고, 재외공관을 거쳐 외교부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사업 간 조정이나 종합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그 결과 현장에서는 어느 기관이 무슨 목적의 사업을 하는지 알 수 없고, 결국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없이 사업 결과만 남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장 관계자들도 "현지에서는 한국 ODA 수행 기관들이 목적이나 전략이 아니라, 지역으로 사업을 나눠 받는 줄 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 의원은 "기관 간 칸막이와 성과 만능주의가 ODA 통합의 최대 걸림돌"이라며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재외공관이 사업 기획부터 발굴·모니터링·평가 등 전 과정을 총괄하는 단일 창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케냐에서 우리 정부가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지원으로 추진했던 케냐 과학기술원 건립현장을 방문해 사업 종료 후 후속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도 확인했다.
9천500만 달러(1천300억 원)가 투입돼 건물과 기자재 공급은 완료됐지만, 운영과 정착을 책임질 주체가 없었다. 현지 소장은 "학교 운영에 필요한 시설과 기자재 보강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조율할 정부 내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이다.
이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수천억 원이 투입된 사업이 학교 건물만 남는다면 개발협력이 아니라 전시 행정에 불과하다"며 "무상원조 통합은 단순한 행정 효율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책임 있게 운영되는 국제개발협력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질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상원조 통합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외교부 중심의 단일 관리체계 구축이 핵심이다. 이 의원은 정부 출범 전부터 ODA 통합과 국제개발협력 전문성 제고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으며, 지난 9월에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국제개발협력기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 주관부처의 점검·사후조치 권한 강화 ▲ 재외공관의 연례 실태조사 의무화 ▲ 현장 전문인력 배치 등이 담겼다.
이 의원은 "외교부가 이제라도 재외공관에 충분한 권한과 자원을 부여해 한국의 무상원조가 '분절'이 아닌 '통합'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기관 실적이 아닌 '대한민국의 위상'으로 평가받는 개발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wakaru@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