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입법회 선거 앞두고 '노장' 의원들 줄줄이 불출마 선언

기사입력 2025-10-16 16:23

[SCMP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70대 중진들 "세대교체 필요" 밝히며 퇴진…中본토 압박 의혹 제기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홍콩에서 오는 12월 입법회(의회) 선거를 앞두고 70세 전후의 현역 '노장' 의원들이 잇따라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이례적인 자발적 물갈이 바람에 중국 정부의 압박이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성도일보 등 홍콩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전날까지 홍콩에서 최소 13명의 현직 의원이 오는 12월 치러질 입법회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지난달 말 일찍이 불출마 의사를 밝힌 앤드류 렁(74) 입법회 주석을 필두로 불출마 대열에 합류한 의원들은 대부분 나이가 70세 전후의 중진들이다.

지난 15일 기준 70세 이상의 의원 12명 중 출마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의원은 4명뿐이라고 SCMP는 짚었다.

앤드류 렁 주석은 "이제 출마하지 않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사회 전체가 젊은이들이 바통을 이어받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렁 주석과 마찬가지로 의원들은 불출마 배경으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주로 이야기했고, 의원직을 내려놓고 개인으로서의 활동에 더 집중하겠다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실질적인 불출마 선언 물결이 중국 정부의 압박 때문이라는 의혹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현 입법회 구성 당시 선거제 개편을 통해 이른바 '애국자'만 출마가 가능해 논란이 됐던 홍콩에서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 연령을 제한해 출마 가능 대상의 범위를 더 좁히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치 원로들이 대거 떠난 자리를 중국 본토 관련 경제, 기술, 정책 분야의 젊은 전문가들이 채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시행 중인 홍콩과 마카오 특별행정구에 대해 '애국자가 다스린다'는 원칙을 이행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홍콩에서 본토에 반기를 들었던 '반중(反中) 민주화 세력'을 사실상 배제하기 위한 정치적 주문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홍콩 당국은 암묵적인 연령 제한이 존재한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도 "의원들 개인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존 리 장관은 '애국자' 자격에 대해서만큼은 특별히 강조했다.

그는 이날 '좋은 거버넌스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행정·입법 협력'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를 주재하면서 "'애국자 통치'를 기반으로 한 선거제 개편 이후 구성된 현 입법회는 과거 반중 세력에게 장악됐던 상황을 완전히 뒤집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국가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거나 사회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가 보이지 않는다"라면서 "차기 의원들도 현 입법회의 성과와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홍콩의 입법회 선거는 다음 달 후보 등록을 거쳐 오는 12월 7일 치러질 예정이다.

한편, 중국 본토에서는 공무원을 채용하는 국가고시 연령 제한을 기존 35세에서 38세로 상향 조정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8년 만에 이뤄진 연령 제한 완화로, 공무원 임기의 점진적 연장과 연계한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suki@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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