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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최근 한달 누적 강수량 277.6㎜…기상 관측 이래 세 번째
16일 오전 충북 충주시 안림동 3천300㎡ 규모의 사과밭에서 농사를 짓는 임모(59)씨는 비 갠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하루는 집 앞 과수원으로 달려가 껍질이 터진 열매가 없는지를 확인하는 일로 시작된다.
나무 한 그루당 2∼3개씩 상품성이 떨어지는 열과 현상의 사과를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
일반적으로 비가 많이 내리면 과수가 과도하게 수분을 흡수해 껍질이 터지기 쉽다. 여기에 일조량까지 부족하면 과일 색이 제대로 들지 않고 당도도 떨어져 상품 가치가 크게 낮아진다.
임씨는 "작년엔 더위로 힘들었는데, 올해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문제"라며 "아침부터 나와 관리해보지만 이렇게 비가 계속 오면 백방이 무효"라고 하늘을 원망했다.
'사과의 고장' 충주 못지않게 사과 농가가 많은 인근 제천의 사정도 비슷하다.
신월동에서 6만6천㎡ 규모의 사과농장을 운영 중인 심모(50)씨는 "현재 재배 중인 사과는 만생종 부사로 수확 후 냉동 저장했다가 내년 설 대목에 출하한다"며 "그런데 추워지기 전에 색이 덜 들면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비 피해는 사과뿐만이 아니다.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을비에 '절임 배추'로 유명한 괴산의 배추 농가들의 속도 타들어 간다.
배추 농사를 짓는 김모(63)씨는 "김장철이 본격적으로 다가오는데 무름병을 비롯해 병이라는 병은 한꺼번에 닥친 상황"이라며 "오늘도 농가들이 모여서 어떻게 할 건지를 회의하고 왔는데 대책이 없다"고 속상해했다.
보은에서는 대추 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전국 유통량의 10%를 차지할 만큼 보은은 예로부터 대추가 유명하다.
생대추를 팔아 짭짤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보은대추축제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잦은 비로 열매에 검은 반점이 생기며 탄저병이 확산해 농가들의 마음이 무겁다.
유재철 보은대추연합회장은 "탄저병은 방제를 통해 확산을 막을 수 있지만, 지금은 수확기라 약을 칠 수 없다"며 "그사이 피해가 50% 이상 확산한 농장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를 줄이려면 수확을 앞당겨 건대추로 말리는 수밖에 없지만, 일조량이 부족해 익는 시기 자체가 늦어지고 있다"며 "예년 같으면 축제에 맞춰 수확이 이뤄졌을 텐데, 올해는 덜 익은 대추가 많고 당도도 오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과로 인기가 높은 보은대추는 잘 익으면 당도 30브릭스 안팎을 보이지만, 올해는 25브릭스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 주산지인 영동에서도 비 때문에 감꼭지가 약해져 낙과 피해가 늘고 있다.
벼 재배 농가들은 벼알이 갈변하는 깨씨무늬병 때문에 울상이다.
7∼8월 고온다습한 기온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 병에 걸리면 쌀의 품질이 저하되고, 수확량은 최대 37%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북도가 현재까지 집계한 도내 깨씨무늬병 발생 규모는 전체 벼 재배면적 3만2천132㏊의 5.6%에 해당하는 1천792㏊에 이른다.
도는 발생 신고된 농가에 대해 피해 정밀조사를 시행한 뒤 복구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12월 중 농림축산식품부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청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한 달간 충북지역의 비가 온 날은 18일이고, 누적 강수량은 277.6㎜이다.
이는 평년(1991∼2020년) 같은 기간 평균 강수량(98.7㎜)의 약 3배에 달한다.
1973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1999년(314.2㎜), 1985년(289.7㎜)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누적 강수량이다.
기상지청 관계자는 "북쪽의 찬 공기와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반복적으로 충돌하고 수증기 유입이 지속되면서 비구름대가 자주 통과한 것이 가을장마의 원인으로 보인다"며 "오는 18일까지 비가 내린 뒤 20일부터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vodcast@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