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도 숨가쁘게 달려왔습니다. '학교체육활성화'를 위해 교육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학교체육중앙지원단과 함께 열심히 뛰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막을 올린 '2017년 학교체육대상'은 그래서 더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더 커진 관심과 응원의 열기를 느끼며, 교육 관계자, 일선 학교와 지도자, 정치권까지 학교체육활성화를 위해 '의기투합'하는 시간이었습니다.
◇"Run & Learn" 이야기
①학교에서:마법의 체육시간
②시상식장에서:희망의 체육시간
③막을 내리면서:모두의 체육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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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내내 먹구름 가득하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주황팀과 초록팀으로 나눠 '플로어볼'을 하던 대전 문화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보며 비가 빨리 그치기를 기도했다. 그러나 간절한 마음과 달리 빗줄기는 점점 굵어졌다. 결국 선생님은 '스톱'을 외쳤고, 아이들은 아쉬운 듯 플로어 채를 내려놓았다. 하지만 아이들의 체육 시간은 이대로 끝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비를 피해 종종걸음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이 향한 곳은 강당, 각종 운동 교구가 가득했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꺼내든 '스포츠스태킹(컵쌓기)' 교구를 하나씩 나눠 갖고 게임에 집중했다. 처음에는 손에 익지 않아 고전했지만, 이내 손이 빨라졌다. 자신감이 붙은 아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최고기록'에 도전하겠다며 손을 번쩍 들었다. 표정은 밝았다. 웃음이 넘쳤다. 그렇게 '두 번째' 체육 시간은 '재미있게' 무르익어 갔다.
우리 아이들의 체육,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다양해졌다. 문화초 이한호 체육교과전담교사는 "체육 수업인 만큼 야외에서 진행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눈비가 오거나 미세먼지가 80% 이상일 때는 실외활동을 할 수 없다. 이 경우 과거에는 교실 수업으로 대체했다. 지금은 아니다. 학교에 운동장과 정구장을 비롯해 대강당과 소강당이 있다. 그곳에서 아이들과 배드민턴, 배구, 체력단련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야외 수업이 어려울 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항상 준비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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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기 교장은 "체육 시간을 통해 놀이교육, 통합중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체육 전담교사, 강사님이 있고 체육 시설이 갖춰져 있다. 학교 예산의 10%를 사용해 활동에 도움을 준다. 교육과정에도 반영해 평균 이상을 체육에 할애하고 있다. 방과 후에도 총체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했다.
실내외 체육시설 덕분에 날씨 상관없이 꾸준히 체육 시간을 누리는 아이들. (최)예빈이는 체육시간을 '마법'이라고 표현했다. "운동을 하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뭔가 마법 같은 일이에요. 저는 전 과목 중에서 체육 시간이 가장 좋아요." 목소리에 힘을 줬다. (박)범기도 체육 시간의 마법을 경험했다. "처음에는 운동장 1바퀴를 도는 것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3바퀴도 거뜬히 뛸 수 있어요. 더 열심히 노력하면 5바퀴도 뛸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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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댕동".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차갑게 내리던 겨울비는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대신 맑게 갠 하늘이 '빼꼼'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플로어볼, 아직 후반전이 남아있어요." 비의 시샘으로 잠시 플로어볼을 멈췄던 아이들은 신이 나서 운동장으로 힘차게 달려 나갔다.
물어보나 마나,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발했다. 이 아이들의 웃음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장성기 교장은 "지난 1년간의 체육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굉장히 밝아졌고 활발해졌다. 친구들 간의 싸움도 많이 줄어들었다"며 "체육활동은 지적, 정의적, 사회적 역량까지 모든 것을 망라하는 미래의 소통 인재를 양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체육 현장 취재를 다녀보면, 모든 학교가 문화초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설을 갖춘 것은 아니다. 서울 강남의 학교도 실내체육관이 없는 곳이 있다. 우리 아이들의 누려야 할 '체육의 권리'가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부족한 대로' 그냥 넘어갈 대목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 언제 어디서나 마음껏 뛰어 놀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문화초 아이들은 밝고, 건강했다.
대전=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