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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선수들의 목소리가 컸다. 코로나19가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전대륙으로 확산되는 상황이다보니 빠른 결정을 내린 것 같다."
빠른 결정의 배경에 대한 질문에 유 위원은 "코로나19가 아시아, 유럽, 미주 대륙은 물론 아프리카, 오세아니아까지 전대륙으로 퍼져나가다보니 IOC와 조직위의 부담감이 컸을 것 같다"고 추측했다.
23일 IOC선수위원 회의에서 선수 출신 IOC위원들 역시 강력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유 위원은 "선수위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선수들의 불안감, 안전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4주후 최종결정 방침에 대해 굳이 4주가 필요하냐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했다. 특히 아시아에 이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중심권에 들어간 유럽, 영미권 선수위원들의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흐 위원장의 '4주 후에 뵙겠습니다' 발표 직후 캐나다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가 처음으로 "선수를 파견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보이콧을 선언하고 호주, 뉴질랜드 등 각국으로 이 분위기가 확산되는 상황도 IOC를 강하게 압박했다.
유 위원은 직접 접한 진천선수촌 선수들의 분위기도 전했다. "우리 선수들은 어떤 결정이든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올림픽 대표 선수들은 지난 5~10주 동안 진천선수촌에서 외출, 외박도 없이 훈련에만 몰두해야하는 가운데 바깥세상에서 들려오는 '연기론'에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았다. '준비된' 선수 대다수는 정상개최를 희망했다. 유 위원은 "10주 가까이 밖에 못나간 선수들도 있더라. 레슬링 김현우 같은 베테랑 후배들은 마지막 올림픽의 절실함으로 도쿄를 준비해 왔다. 철저한 자기관리속에 코로나가 잦아들기만을 기다렸던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제 불확실성이 사라졌다. 새롭게 계획을 세우게 돼 안도하는 선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우리 메달 후보 중엔 20대 후반, 30대 초반 선수들이 많다. 몸상태가 하루하루 다르다. 또 1년을 잘 준비해야 한다"고 도쿄올림픽 1년 연기 후 엇갈린 분위기를 전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출신 유 위원은 "3~4개월 단기전으로 준비하던 도쿄올림픽을 이제 다시 1년 장기전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OC위원, 국제탁구연맹(ITTF) 집행위원, 대한체육회 이사, 대한탁구협회장으로서 모든 올림픽 주체들과 연관돼 있는 유 위원은 혼란에 빠진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각자가 위치에서 해야 할 일들을 강조했다. "IOC는 1년 연기의 세부 일정을 확정하고 각 국제연맹(IF)들과 상의해서 예선전 일정 가이드를 신속하게 제시해줘야 한다. 또 국제연맹들은 예선전을 어떻게 조정하고, 기존 랭킹은 어떻게 할지, 2021년부터 바뀌는 규정이 있을 경우 어떻게 적용할지, 세계선수권과 주요 대회 일정 등을 모두 새로 조정해 선수, 협회에 즉각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각 연맹들은 대한체육회, 종목 국제연맹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선발규정을 만들고 제시해야 한다. 불안감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위원은 "탁구협회장으로서 부산세계탁구선수권을 준비하고, 2번이나 연기하면서 이런 결정이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했다. "IOC와 도쿄조직위가 정말 힘든 결정을 했다. 모두가 잘 협의해서 최대한 빨리 안정화되도록 해야 한다. 선수, 지도자들이 정확한 지침에 따라 안정된 환경에서 다시 1년 장기플랜에 돌입할 수 있도록, 더 이상의 열정과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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