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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환'이라는 이름 세 글자는 곧 '파라아이스하키'로 통한다.
다시 돌아온 링크에서도 그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공격수다. 한민수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은 "정승환에게 '에이징커브(aging curve, 나이로 인한 운동능력 저하 혹은 기량 하락)는 없다"고 단언했다. "말이 필요없는 선수다. 영리하고 빠르고, 밸런스, 근력, 기술 모든 것을 갖췄다. 체중이 50㎏ 남짓인데 벤치프레스를 체중의 두 배 이상 든다. 술 담배도 일절 하지 않고 자기관리가 철두철미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정승환이 우리팀 플레이메이커라는 것이 감독으로서 선배로서 늘 든든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파라아이스하키대표팀은 베이징패럴림픽(3월4~13일)을 앞두고 강릉하키센터에서 훈련에 전념해 왔다. 4년 전 평창 동메달 성지에서 서로의 눈빛을 믿으며 달리고 또 달린다. 낮은 썰매에서 스틱을 두드리며 대통령 내외와 눈물의 애국가를 목이 터져라 불렀던 그곳에서 이들은 또 하나의 역사, 2연속 메달을 목표 삼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갈 길이 멀다. 대표팀은 지난해 11월 캐나다 전훈, 리그 클럽팀들과 경기하며 실전 감각을 바짝 끌어올렸다. 선진국 스포츠 시스템을 보며 느낀 점이 많다. "클럽팀이 5개인데 각팀마다 국가대표 2~3명이 있다. 주말리그가 상시로 열린다. 유소년 때부터 클럽팀에서 파라아이스하키를 접하는 환경이 부러웠다. 선수들이 경기하는 링크 바로 옆엔 꼬맹이들이 체험하는 링크가 붙어 있다. 엄마와 퍽을 만지고, 선수들을 보고 썰매를 타면서 자연스럽게 파라아이스하키와 친밀해진다"고 설명했다. "제가 소속된 강원도청팀이 잘하고 있지만 우리만 잘해선 안된다. 실업팀, 클럽팀이 더 많이 생겨야 한다. 새해부터 지어질 반다비체육센터에 아이스하키 전용링크장도 꼭 생겼으면 좋겠다"는 오랜 소망을 재차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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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패럴림픽 A조엔 미국, 캐나다, 러시아, 한국 등 세계 4강 강호들이 몰렸다. B조엔 체코, 이탈리아, 슬로바키아와 홈팀 중국이 조 1-2위 진출을 위해 혈투를 펼친다. 한국은 내달 5일 러시아와 첫경기 후 6일 미국, 7일 캐나다와 잇달아 맞붙는다. 9일 A조 3위와 B조 2위, A조 4위와 B조 1위가 8강전을 치르고 11일 4강, 12일 동메달 결정전, 13일 결승전 일정이 이어진다. 세계 최강 미국, 캐나다 조에 속한 만큼 현실적으로 B조 3-4위와 8강을 거쳐야 할 가능성이 높다. 8강에서 B조 최강팀을 꺾어야만 메달을 바라볼 수 있다.
정승환은 "감독님이 평창 때 못이룬 결승 진출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하신다. 선수로서 당연히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백전노장답게 냉정한 시각도 잃지 않았다. "'3강 3중' 판도로 예상한다. 미국, 캐나다, 러시아가 3강, 우리, 체코, 중국이 3중이다. 8강에 올라오는 B풀 팀이 누구든 무조건 잡아야 한다. 매경기가 결승이다. 어느 팀도 방심할 수 없다"며 결연한 각오를 내비쳤다. 정승환은 못말리는 킬러본능을 지닌 공격수지만 엔드라인을 오가며 누구보다 많이 달리고 또 달리는 '팀플레이어'다. "내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더 좋은 팀을 만들까"를 늘 고민한다. "언제나 목표는 팀의 승리"다. "감독님이 내게 '슈팅마스터'도 좋지만 '패스마스터'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나 역시 골도 좋지만 도움을 할 때 가장 기쁘고 행복하다"며 웃었다.
3주 앞으로 성큼 다가온 베이징패럴림픽을 앞두고 '다시 뜨거운 응원'을 당부했다. "4년전 평창에서 평생 잊지 못할 응원을 받았다. 정말 감사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길어지고, 어려운 상황 속에 다시 무관심해진 것이 선수로선 많이 아쉬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패럴림픽은 일단 보시면 팬이 된다.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다. 가슴 뜨거운 멋진 경기를 꼭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강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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