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공격수 열풍, 그 힘은 마무리 기술

기사입력 2016-05-02 20:29


광주월드컵경기장/ K리그 클래식/ 광주FC vs 울산현대축구단/ 광주 정조국/ 아쉬움/ 사진 정재훈

초반 K리그 클래식 득점왕 경쟁이 뜨겁다.

아드리아노(서울)과 티아고(성남), 두 외인이 6골로 한발 앞서 있는 가운데 토종들이 둘을 바짝 뒤쫓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노장 공격수들의 투혼이다. 5골의 정조국(32·광주), 4골의 박주영(31·서울) 이동국(37·전북) 등이 초반 득점왕 구도를 달구고 있다. 3골의 양동현(30·포항)과 최근 득점 감각을 올리고 있는 이근호(31·제주·2골)도 호시탐탐 상위권을 노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공격수로는 황혼에 가까운 30대 선수들이다.

K리그는 공격수들이 활약하기 쉽지 않은 무대다. 타이트한 압박과 강력한 대인마크로 좀처럼 공간이 나지 않는다. 스타급 선수들에게는 이중, 삼중의 벽이 붙는다. 올 시즌 클래식으로 온 국가대표 공격수 이정협(울산)과 지난 시즌 맹활약을 펼쳤던 황의조(성남)가 부진한 이유도 상대의 타이트한 견제 탓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피드도, 힘도 전성기에 비해 떨어진 30대 공격수들의 활약은 이채롭다. 그러면 노장 공격수들이 맹위를 떨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학범 성남 감독은 1일 광주전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정조국의 부활을 설명하던 중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재능 있는 선수가 노력하면 그만큼 당연히 좋아질 수 밖에 없다"고 한 뒤, '마무리 기술'을 언급했다. 김 감독이 말한 기술은 '한박자 빠른 슈팅타이밍'이었다. 김 감독은 "이름값 있는 선수들은 집중적인 견제를 받는다. 공을 잡아놓고 때릴 시간이 없다. 문전 앞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타이밍이다. 이 타이밍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정조국이 슈팅하는 장면을 보면 지체하지 않는다. 터닝슛, 발리슛 등 어떤 상황에서도 빠르게 마무리하려는 모습이 돋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동국의 예를 들었다. 김 감독은 "이동국의 장기가 무엇인가. 발리슈팅이다. 잡지 않고 논스톱으로 때린다. 상대가 붙기 전에 마무리를 하면 수비도 힘들고, 골키퍼도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들 노장 공격수들은 간결한 터치로 경기를 풀어나간다. 쉽게 쉽게 볼을 찬다는 느낌이다. 볼을 잡으면 일대일 돌파를 시도하기 보다는 주변에 내주고, 수비가 마크하기 어려운 빈공간으로 이동한다. 찬스가 오면 한박자 빠르게 슈팅을 날린다. 이는 경험의 산물이다. 노장 공격수들을 상대한 젊은 수비수들은 "분명 스피드는 느리다. 하지만 어느 틈에 막기 어려운 곳에 가 있는다. 슈팅 기술도 대단하다"고 혀를 내두른다. 오랜기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가장 정확하게 골을 넣을 수 있는 루트를 감각적으로 찾아가는 것이다. 물론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정조국 박주영 이동국은 전성기 때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몸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경험과 노력으로 무장한 30대 공격수들의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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