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1분30초간의 리본 연기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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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는 예선이 펼쳐진 전날부터 극도의 긴장 상태였다. 손연재 스스로 "태어나서 치른 경기 중 가장 많이 긴장했다"고 했을 정도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입버릇처럼 "준비한대로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쉽게 마음을 다잡지 못했다. 결과에 대한 부담감은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욕심도 있었다. 결국 예선에서 실수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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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너무나도 힘든 4년이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슬럼프가 찾아왔다. 손연재는 "내가 즐거워서 해야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내가 왜 해야하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런던올림픽을 준비할때만 하더라도 즐겁기만 했던 손연재였다. 주위의 관심이 늘어나며 압박감도 커졌다. 결국 은퇴를 결심했다. 그때 그를 잡아준 것은 어머니였다. 손연재의 어머니 윤현숙씨(48)는 "인천아시안게임 끝나고 '아직 네가 가진 걸 다 못보여줬다. 기왕이면 올림픽 잘 노력해서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해줬다. 다행히 연재가 잘 따라줬다"고 했다.
그 다음부터는 정말 후회 없이 준비했다. 물론 하루에도 수십번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손연재는 포기하지 않았고 메달보다 더 큰 것을 얻었다. 그는 "돌이켜보면 내 자신과 싸워 이겼기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오늘 결과와 상관없이 리듬체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이어 "나는 금메달리스트가 아니다. 한국에 많은 금메달리스트가 있다. 그들과 비교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자부할 수 있는 것은 조금 느려도 천천히, 계속해서 노력해왔고 발전해왔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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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는 연기를 마친 후 함께 동고동락한 리표르도바 코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고맙다고 했다. 6년간 정말 밉기도 하고 싸우기도 했다. 그런데 너무 감사하다. 코치님이 없었으면 나도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너무 무거운 짐을 이제야 내려놓은 손연재는 평범한 일상을 꿈꿨다. 그는 "특별히 무언가를 하고 싶지는 않다. 사실 최근 6년 동안 한국에 있었던 시간이 1년도 안된다. 거의 러시아인이었다. 이제 한국인으로 살고 싶다"고 웃었다. 손연재는 복학 후 진로에 대해 고민할 계획이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일기장에 쓴 목표가 있다. 세계대회, 올림픽, 월드컵이 열리면 손가락 안에 드는 손연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인데 사실 그 꿈을 이룬 것이다. 기쁘다"고 웃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올림픽을 치른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겨 달라고 했다. "100점이 있다면 100점을 주고 싶어요. 제 스스로 주는 점수니까요." 결과보다 과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체조 요정. 그의 리우올림픽은 단연 100점짜리였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