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태권도 그랜드슬램 황경선, 박사 변신 위한 의미있는 도전

기사입력 2016-12-26 11:25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스포츠조선이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주장하고 있는 학교 체육의 핵심 구호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미 현장에서는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특히 스타급 엘리트 선수들의 솔선수범은 긍정적 파급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또한 실전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선수가 이론을 겸비한다는 사실은 일반인 이론가와는 차원이 다르다. 완벽한 의미의 지도자 탄생, 그야말로 한국 체육 미래를 담보하는 소중한 발걸음이 될 수 있다.

대표 주자가 바로 여자 태권도 그랜드슬램의 영광에 빛나는 국가대표 출신 황경선(30)이다. 서울체고 재학생 시절 아테네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그는 한국체대 재학 당시 북경올림픽과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유니버시아드대회, 아시안게임, 세계대회, 올림픽 태권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그랜드슬램 기록 보유자다. 끊임 없이 이어진 대회 준비에도 촌각을 다툴 법한 상황. 하지만 그는 꾸준한 이론 공부를 통해 실전과의 접목을 통해 더 큰 무대로의 도약을 준비했다. 남들보다 두배 바쁘게 움직인 땀방울이 이제 막 결실을 맺고 있다. 황경선은 황선수는 최근 한국체육대학교 박사과정에 합격했다. 내년으로 영광의 선수생활을 마무리 할 예정인 황경선은 본격적인 학업을 통해 이론과 실전의 접목에 나선다.

내년 2월에 취득할 예정인 석사학위 졸업논문 제목은 '전자호구 활용에 따른 태권도 경기의 발전방향'이다. 리우 올림픽 등 각종 대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핫한 주제다. 논문의 핵심은 자칫 상충될 수 있는 판정의 공정성과 태권도 고유 가치의 조화다. 판정의 공정성을 위해 전자호구 도입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공정성이란 명목에만 매몰돼 태권도의 가치가 소실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행위로서 태권도는 무도이자 스포츠라는 점에서전자호구의 사용과 함께 심판의 판단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발전돼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황경선은 논문을 통해 전자몸통보호대의 표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선수가 기술동작을 행함에 있어서 저항감을 느끼지 않는 무게나 착장감, 오류 방지가 가능한 표준화된 제품의 보급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호구 활용으로 지루하고 단조로운 경기가 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개선방안도 담아냈다. 선수들이 전자호구 사용에 따라 앞발을 들고 경기에 임하거나, 전갈차기나 피시킥 등의 변칙적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발바닥 센서를 없애고 충격량에 의한 득점으로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갈수록 '얌전해지는' 머리득점을 막기 위해 전자머리보호대의 접촉에 의한 득점이 아니라 타격에 의한 득점으로 경기규칙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했다. 또한 머리 뒤 가격이 유효득점으로 인정되는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도 빼놓지 않았다. 황경선의 논문은 실전 경험을 토대로 현재 경기 방식의 문제점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이라 향후 제도개선에 중요한 연구 업적이 될 전망이다.

리우올림픽에서 선수가 아닌 MBC TV 스포츠 해설위원으로 변신했던 황경선. 이론가로서의 또 다른 도전에 나선 황경선의 행보가 한국 태권도 발전에 큰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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