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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G-1년의 고민]①'90%에서 40%대' 평창이 아닌 대한민국 올림픽이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7-02-08 18:57



6년 전 세 번째 동계올림픽 유치 도전에 나선 평창의 최대 강점은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실시한 후보도시 지지도 조사에서 평창은 93%를 기록, 압도적인 지지를 자랑했다. 반면 경쟁도시인 독일 뮌헨과 프랑스 안시는 각각 61%와 51%에 그쳤다. 안시는 경쟁력이 떨어졌고, 당시 뮌헨의 유치전을 이끌던 주인공은 현 IOC 위원장인 토마스 바흐였다. 하지만 평창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11년 7월 7일 0시 18분(한국시각), 남아공 더반의 시계가 '평창'에서 멈췄다. 자크 로게 당시 IOC 위원장이 'PYEONGCHANG 2018'이라고 적힌 카드를 꺼내들며 "평창"을 외쳤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반도에 '올림픽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직후인 한국갤럽의 설문조사에서도 국민 92%가 '잘된 일'이라며 환호했다. '경제 발전'(42%)과 '국가 이미지 향상'(29%) 등을 기대 효과로 꼽았다.

평창은 2010년과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도전에 나섰지만 결선 투표에서 3표(53-56)와 4표(47-51) 뒤져 각각 캐나다 밴쿠버와 러시아 소치에 밀렸다. 10년이란 기나긴 기다림이 있었고, '더반의 기적'으로 반전을 일궈냈다. 더반 IOC의 총회장에서 로게 위원장은 두 번 놀랐다고 했다. "1차 투표에서 개최도시가 결정된 것에 놀랐고, 압도적 표차를 보고 다시 한번 놀랐다." 평창은 IOC 위원의 1차 투표에서 유효표 95표 가운데 63표를 득표하며 과반(48표)을 훌쩍 넘겼다. 2위 뮌헨(25표)을 무려 38표차로 따돌렸다. 안시는 7표에 그쳤다. 역대 IOC의 올림픽 개최지 1차 투표에서의 최다 득표 기록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또 흘렀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꼭 1년 앞으로 다가왔다. 365일 뒤인 2018년 2월 9일 평창 동계올림픽의 막이 오른다. 그러나 꼭 1년을 앞둔 시점, 평창은 울고 있다. 관심도가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의 첫 번째 조건은 바로 개최도시를 넘어 개최국의 절대적인 관심이다. 하지만 평창의 지지율은 90%대에서 절반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한국갤럽이 최근 평창올림픽의 관심도를 묻는 설문에서 관심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48%에 불과했다. 반면 관심이 없다고 밝힌 응답자는 49%에 달했다. 3%는 의견을 유보했다.

그럴만 했다. 길목마다 악재가 터졌다. 경기장 공사는 지연됐고, 환경 문제도 발목을 잡았다. 가장 큰 아픔은 역시 '최순실 국정농단'의 어두운 그림자였다. 가장 순수해야 할 올림픽이 정치적인 게이트에 휘말리면서 표류했다.


물론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평창올림픽은 평창, 강릉, 정선 등 총 12개 경기장에서 치러진다. 12개 경기장 가운데 6곳은 새로 건설되고 나머지 6곳은 기존 시설을 활용한다. 6개 신설 경기장의 평균 공정률은 현재 96.4%에 이르며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테스트이벤트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평창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민심 이반'에 따른 대회 운영 재정 확보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마무리 됐어야 할 주거래 은행은 최근에야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했다. 공공기관의 참여는 전무하고, 후원 참여 의사를 밝힌 일부 기업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있다. 평창 조직위는 "대회 재정을 확보하더라도 적기를 놓치면 효과는 반감되고 비용은 더 들게 된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이어 "올 상반기 중에는 부족한 대회 재원 전부 마련한다는 각오로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평창올림픽 수행 예산의 38%인 9400억원이 국내 기업의 후원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지난 연말까지 89.5%인 8410억원의 후원을 받는 데 그쳤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 현재의 답보 상태가 이어질 경우 자칫 국가 신인도에도 금이 갈 수 있다.

더 이상은 시간이 없다. 올림픽 붐 조성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다. 국민의 관심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평창올림픽 유치 때처럼 국민적 아젠다로 격상시켜야 한다. 올림픽은 그동안 지역, 종교, 이념을 뛰어 넘어 모두를 하나로 만들고, 위기를 극복하는 동력이 돼 왔다.

평창올림픽의 슬로건은 '하나된 열정(Passion.Connected)'이다. 슬로건처럼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쳐야 올림픽을 성공리에 치를 수 있다. G-1년, 현 시점의 시대 과제는 평창이 아닌 대한민국의 올림픽이 돼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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