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타들의 평창행이 끝내 좌절됐다.
NHL 선수 노조는 올림픽 출전에 찬성 입장을 내비쳤지만, 결국 구단들이 이겼다. NHL은 지난 6월 2017~2018시즌 일정을 공식 발표하면서 '올림픽 휴식기'를 넣지 않았다. 올림픽 불참 선언이었다. NHL은 그동안 올림픽이 열리는 해엔 2주 넘는 '올림픽 휴식기'를 가졌다. 소치올림픽 때도 16일 동안 리그를 중단했다. 파젤 회장은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마지막까지 협상에 나섰지만, NHL과 IOC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결국 백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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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조직위는 NHL의 불참에 "큰 타격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아무래도 입장권 수익에도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조직위는 남녀 아이스하키 입장권 판매 수익을 전체 수입(약 1746억원)의 19.5%인 341억5000만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중 남자가 273억원이다. 조직위에 따르면 지난 4월 마감한 입장권 1차 온라인 판매에서 아이스하키는 약 5만 장이 판매됐다. 2차 온라인 신청은 9월부터 받는다. NHL의 불참 결정은 2차 신청뿐 아니라 1차 신청분 결재 포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더 큰 걱정은 대회 위상이다. NHL의 스타 플레이어들은 '올림픽의 얼굴'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평창올림픽은 반쪽짜리 대회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단순히 중계권료 등 표면적인 수치 뿐만 아니라 평창올림픽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NHL이 같은 아시아에서 열리는 2022년 베이징올림픽에는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아예 스타들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NHL 워싱턴 캐피털스의 스타 윙어인 알렉스 오베츠킨은 리그의 결정과 상관없이 조국 러시아를 대표해 평창에서 뛰겠다고 공언해왔다. 파젤 회장은 이에 대해 "개인적으로 평창 출전을 희망하는 NHL 선수들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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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L의 평창올림픽 불참은 NHL 리그에 속한 스타 플레이어는 물론 리그 31개 구단과 계약 관계에 있는 1550명의 선수까지 모두 나서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창에서 8강 기적을 노리는 백지선호 입장에서는 희망이 커졌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캐나다(세계랭킹 1위), 체코(6위), 스위스(7위)와 함께 A조에 속했다. 실력으로 보면 당연히 3전전패가 예상된다. 스포츠에서 '절대'라는 말은 없지만 NHL 선수들이 포함된 캐나다, 체코, 스위스는 한국이 상대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다. 하지만 NHL의 불참으로 8강행의 가능성이 조금은 높아졌다.
일단 동계올림픽 만의 독특한 경기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밴쿠버 대회부터 이어지고 있는 아이스하키 본선 경기방식은 우선 12개 팀이 4팀씩 3개조로 나눠 풀리그를 펼친다. 여기서 추려진 각 조 1위와 와일드 카드 1팀(각 조 2위 가운데 가장 성적 좋은 팀) 등 4팀이 먼저 8강에 선착한다. 이후 나머지 8개팀이 조별리그 성적에 맞춰 대진을 짠 뒤 남은 4장의 8강행 티켓을 놓고 단판 플레이오프를 펼친다. IIHF는 조별리그가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인기팀들이 조기에 탈락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이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이 8강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은 단판 플레이오프에서 그나마 낮은 순위의 팀을 만나는 것이다. 노르웨이(11위), 슬로베니아(15위)는 물론 힘겨운 상대지만 그나마 해볼만한 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별리그에서 캐나다, 체코 보다는 해볼만 한 스위스보다 높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캐나다, 체코가 NHL 선수 출전 유무에 상관없이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고 있지만, 스위스는 다르다. NHL 선수들이 빠지면 상대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월드챔피언십이 좋은 예다. 우리가 이번 디비전1 그룹A(2부리그)에서 제압한 카자흐스탄이 NHL 선수들이 빠진 스위스를 꺾은 바 있다. 당시 카자흐스탄은 디비전 1 그룹A에 나선 팀보다 더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위스에는 빅리거 뿐만 아니라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다. 지난해 월드챔피언십 전력 수준으로 올림픽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번쯤 승부를 걸어볼만 기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