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러닝'보다 더 영화같은 트리니다드토바고 봅슬레이의 위대한 도전, 낡은 썰매 타고 "꼴찌 탈출" 목표 달성[밀라노 스토리]

기사입력 2026-02-18 19:16


'쿨러닝'보다 더 영화같은 트리니다드토바고 봅슬레이의 위대한 도전, 낡은…
AP연합뉴스

'쿨러닝'보다 더 영화같은 트리니다드토바고 봅슬레이의 위대한 도전, 낡은…
AF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트리니다드토바고 봅슬레이팀이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꼴찌 탈출' 작전을 완수하며 진한 감동을 남겼다.

영국 태생 악셀 브라운과 데 아운드레 존으로 구성된 트리니다드토바고 봅슬레이 대표팀은 17일(한국시각) 대회 봅슬레이 남자 2인승 경기에서 2분51초05의 기록으로 26개팀 중 이스라엘 바로 앞 순위인 25위를 기록했다. 요하네스 로흐너와 게오르크 플라이슈하우어가 금메달, '전설'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와 알렉산더 슐러가 은메달, 아담 아모르와 알렉산더 샬러가 동메달을 획득했다. 독일 출신들이 시상대를 점령했다. 파일럿 석영진(강원도청)-브레이크맨 채병도(가톨릭관동대)로 구성된 석영진 팀은 최종 13위를 기록했다.

트리니다드토바고는 대회를 앞둔 지난달 인터뷰에서 최하위를 면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브라운은 "우리가 메달을 딸 가능성이 0%라는 걸 알고 있다. 우리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날이어도 소용이 없다. 그게 현실이다. 패배주의적이거나 부정적인 게 아니다. 그저 현실을 직시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쿨러닝'보다 더 영화같은 트리니다드토바고 봅슬레이의 위대한 도전, 낡은…
브라운은 전직 미식축구 선수이자 태권도 메달리스트 출신으로 21세에 썰매에 올라탔다. 트리니다드토바고의 봅슬레이 부흥을 이끌겠다는 목표로 영국에서 트리니다드토바고로 국적을 변경했다.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의 1988년 캘거리 대회 도전기를 다룬 영화 '쿨러닝'(1993)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메이카는 이웃 카리브해 국가들이 동계스포츠에 도전하도록 영감을 줬다.

이제 연평균 기온이 27도가 넘는 열대 기후 카리브해 국가들이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게 더 이상 드물지 않다. 이번 밀라노 대회에선 트리니다드토바고, 자메이카 등 카리브해와 남미 11개국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브라운을 앞세운 트리니다드토바고 봅슬레이 팀은 2022년 베이징대회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누볐다. 20년만에 출전한 동계올림픽에서 봅슬레이 2인조 경기에서 당시 30개국 중 자메이카, 브라질을 넘어 28위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브라운은 경기 후 영국공영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했다. 나와 드레(존)가 특별한 일을 해냈다"며 "작은 나라인 트리니다드토바고가 국가 지원없이 이런 성과를 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우리의 금메달은 바로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아버지와 리 존스턴 코치와 함께 출발선에 서 있었다. 존스턴 코치는 팀의 기둥이 돼줬고, 우리처럼 어울리지 않는 선수들을 한 팀으로 만들어줬다"라고 했다.

영화 '쿨러닝'의 주인공이며 현재 자메이카 봅슬레이연맹 회장인 크리스 스토크스는 "트리니다드토바고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쿨러닝'보다 더 영화같은 트리니다드토바고 봅슬레이의 위대한 도전, 낡은…
영화 쿨러닝 포스터.

봅슬레이 경기는 출발에서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약 180kg짜리 무거운 썰매를 움직이기 위해선 속도, 폭발력, 가속력이 매우 중요하다. 카리브해 출신 중엔 이러한 재능을 장착한 선수들이 많다. 미식 대표팀 봅슬레이 코치를 지낸 커티스 토마세비츠는 "구체적으로 체격이 큰 단거리 육상 선수들이 봅슬레이를 하기에 더 유리하다. 카리브해 출신들은 썰매를 미는데 매우 적합한 운동 능력을 지니고 있다"라고 말했다.

브라운은 "트리니다드토바고에는 뛰어난 단거리 선수들이 많다. 다른 나라에서 최고로 꼽히는 선수일지라도 트리니다드에선 주목받지 못할 수 있다"며 "우리가 해온 일은 어쩌면 주변에 머물렀던 선수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목표를 달성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트리니다드토바고에는 훈련할 트랙이 따로 없다. 썰매도 마땅치 않다. 이번 대회에 아직 할부금이 남은 낡은 중고 썰매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최고 수준의 썰매를 구입하려면 25만달러(약 3억62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트리니다드토바고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브라운과 존이 중심이 된 4인조 팀이 대회 막바지 4인조 대회에 나설 예정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