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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내려놓자 오히려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이날 결전을 앞둔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42)의 마음가짐은 '겸손'이었다. 18일 열린 V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풀세트 접전 끝에 따낸 김 감독은 "운이 좋았다"며 웃었다. 그는 "운이 따랐다. 마지막 5세트에서도 4점차로 앞선 현대캐피탈을 뒤집는건 쉽지 않다. 그러나 교체선수들의 서브 공량이 잘 먹혀들었다"고 회상했다.
챔프전 우승의 승부처로 꼽힌 1차전을 따낸 김 감독은 "마음은 편하다"고 했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이 보여준 경기력이라면 OK저축은행이 패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특히 1차전에서 먼저 2세트를 잃고 2세트를 따라붙은 현대캐피탈의 경기 감각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도 김 감독에게는 불안요소였다. 김 감독은 "현대캐피탈이 분위기를 찾았다"며 "지난 시즌 삼성화재는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올 시즌에는 현대캐피탈에 져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며 자세를 낮췄다.
코트에선 OK저축은행의 모든 선수들이 펄펄 날았다. 소위 미쳐 날뛰었다. 세터 대결에선 OK저축은행의 곽명우가 현대캐피탈의 노재욱에 판정승을 거뒀다. 곽명우는 '컴퓨터 토스'로 공격수들을 저절로 춤추게 만들었다. 반면 노재욱은 심리적으로 부담을 이기지 못한 모습이었다. 잦은 범실로 팀 패배를 자초했다. 김 감독은 "세터 싸움에서 재욱이가 상당히 흔들린 반면 명우는 인생경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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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로 정성현의 눈부신 서브 리시브와 디그도 OK저축은행이 현대캐피탈과 차이점을 만든 힘이었다. 김 감독은 "기본기 싸움에서 앞섰다. 수비가 가장 잘 된 것 같다"며 "성현이가 가장 잘한 것 같다"고 칭찬했다.
역시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안다고 했다. 지난시즌 삼성화재를 꺾고 창단 2년 만에 V리그 정상에 선 김 감독은 챔프전에서 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김 감독은 "믿음에서 차이가 난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은 희한하다. 기복이 크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건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홈에서 2연패한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경험과 실력 부족"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이어 "경기에서 다그치기도 하고 화도 냈는데 특별한 방법이 없다. 전체적으로 다들 부담이 너무 많은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천안=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