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는 '넘버원' 겨울스포츠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가시적 성과도 있다. 관중수도 늘고, 시청률도 높아지고 있다. 남녀부 분리운영을 전격 도입, 선진 프로 리그의 형태도 갖춰가고 있다. 하지만 달아오르던 열기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어이없는 오심 문제가 불거졌다. 엄밀히 말하면 오심, 그 이면에 자리잡고 있던 '변질된 권위주의'에 대한 불만이 터졌다. 반발의 대상은 심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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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애써 부정하고 싶지 않은 스포츠계의 불문율이다. 그만큼 심판의 권위는 중요하다. 하지만 '땀의 가치'를 부정하면서까지 지켜져야 할 '성역'은 아니다. 공정성은 심판 권위에 우선한다. 공정성은 스포츠의 근간을 이루는 제1원칙이다. 심판의 권위는 바로 이 공정성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전제 아래 인정돼야 함이 마땅하다. 공정을 벗어난 권위는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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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희 한국배구연맹(KOVO) 사무총장, 주동욱 심판위원장, 신춘삼 경기위원장을 비롯한 여러 관계자 및 해당 주부심이 참석해 20일 사후 판독 및 사실 확인 회의가 진행됐다. 그 결과 해당심판진에 벌금과 배정정지가 주어질 것인데, 수위는 차후 결정된다.
징계는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KOVO는 최근 V리그 진행중에도 공지 없이 전임 심판을 해외 리그에 파견,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경기운영위원을 선임한 바 있다. 시간이 지나면 이번 사태도 잊혀질 것이고, 여전히 심판은 음지에서 변질된 권위를 놓지 않을 것이란 게 배구인 다수의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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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봐달라'는 심판위원장. 그 말도 맞다. 심판들도 분명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V리그, 이 프로배구라는 건 그들만 걷는 길이 아니다. 과연 오늘날까지 심판들은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잘 하겠다'는 심판들의 말에도 당겨진 활시위는 느슨해질 줄 모른다. 걸어온 발자국을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방향 설정을 제대로 해야 할 시점이다. 잘못 왔으면 인정하고 되돌아갈 용기도 필요하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